"저도 선관위에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또 있어선 안 되는데…."
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관계자 A씨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투표율 조작 의혹'을 어떻게 보는지 묻는 말에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뒤 압수상자를 들고 나서고 있다. 이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투표율 통계 조작 정황을 포착해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동취재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이어 실시간 투표자 집계까지 허위 입력한 정황이 드러나자 전직 선관위 직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선관위와 지역 선관위에서 30여년간 일했던 B씨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부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자꾸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투표율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선관위 직원들의 진술에 대해서도 "업무를 하는 사람이 말을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오후 6시 투표 종료 이전까지 최종 투표율만 맞추면 된다는 무사안일한 행정편의주의적 사고가 허위 입력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짚었다.
B씨는 "어차피 나중에 전국 투표록의 수치와 다 맞출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행정 편의상 중간에 보정하려 한 듯하다"며 "잘못된 수치는 시시각각 원인과 함께 보고해야 하지만 번거로웠는지 주먹구구식으로 일 처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도 "제법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약간의 오류라고 가볍게 봤을 수 있다"면서도 "본인이 잘못 입력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상적 수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거나 편하게 일을 끝내려 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6.3 지방선거 '투표율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관위에 대해 이틀째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자성과 함께 지휘 체계부터 직원 교육까지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B씨는 "선거라는 게 한 번 하고 '땡'이 아니라 계속 있는 일인데 체계적 직원 교육도 없다"며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있어도 사고가 날 수 있는 건데 너무 안일하게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관위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국 투명한 정보 공개만이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A씨는 "개인정보 유출과 법률 충돌 우려를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면 서버도 공개해야 한다"며 "고의로 은폐하고 부정을 저지른 게 없다면 뭐든지 다 보여줘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