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고소·고발에 법왜곡죄 4달 만에 1만2000명 수사대상… 경찰이 가장 많아

형사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법을 잘못 적용한 이들을 처벌하는 법왜곡죄가 시행된 뒤 4달 만에 1만2000명이 넘는 이들이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경찰과 검사, 판사 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헌법소원도 잇따라 제기됐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법왜곡죄가 지난 3월12일 시행된 이후 전날까지 총 812건, 1만289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중 483건, 9326명은 불송치 등으로 종결했고 28건 60명은 타기관으로 이송됐다. 현재는 301건 3506명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 경찰청에 게양된 경찰청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법왜곡죄로 수사대상에 오른 이는 경찰이 가장 많았다. 경찰은 3535명이 수사대상에 올라 전체의 27.4%를 차지했다. 이어 검사가 727명(5.6%), 법관이 529명(4.1%), 검찰수사관 및 특사경이 167명(1.3%)을 차지했다. 나머진 법왜곡죄 대상이 아닌 비신분자로 종결처리 됐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에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은 경찰, 검사, 판사 등 공무원이 처벌 대상이 된다. 유죄가 인정되면 징역 10년 이하의 징역 및 자격정지가 선고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법률전문가들이 적용한 법리를 재차 따져봐야 하고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법왜곡죄 구성요건도 모호해 관련 수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처벌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전체 사건의 70%는 불송치로 종결되고 있다. 법왜곡죄 시행 첫날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이 종결됐다.

 

그럼에도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경찰 수사나 법관의 판결에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련 고발을 각하한 경찰 지휘부는 법왜곡죄 혐의로 고발됐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수사를 규명하고 있는 광주지검도 법왜곡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장윤기에 대해 일반 살인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는데 고의적으로 강간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수사를 통해 드러난다면 법왜곡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왜곡죄에 대한 헌법소원도 잇따르는 중이다. 법왜곡죄가 처벌대상을 판·검사로만 한정해 변호사를 제외했고, 적용범위도 형사사건에 국한해 민사사건을 제외한 것이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송연규 서울고검 검사는 최근 헌법재판소에 법왜곡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