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철새를 비롯해 2400여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에 충남 서산과 전남 여수·고흥·무안 갯벌이 새롭게 포함됐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의 2단계 확대 등재를 승인했다. 2021년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갯벌이 처음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5년 만이다.
이번 결정은 별도의 세계유산을 새로 등재한 것이 아니라 기존 유산의 구역을 확장하는 ‘중대한 경계 변경(Significant Boundary Modification)’에 해당한다. 2021년 첫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가 유산의 완전성과 생물다양성 보전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추가 갯벌을 포함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에 확대된 세계유산 구역은 약 2만7975㏊이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구역은 약 2만4795㏊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갯벌’은 ▲보성-순천-여수-고흥갯벌 ▲신안-무안 탄도만갯벌 ▲무안 함해만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서산갯벌 등 6개 구성요소로 이뤄진 연속유산으로 재편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기준 Ⅹ인 ‘생물다양성의 현지 내 보전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연서식지’를 충족한다고 평가했다. 황해 생태계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의 핵심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동성 물새와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포함된 네 지역은 황해 연안에 분포한 주요 서식지를 연결해 유산의 생태적 연속성과 완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확대 지역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있는 서산갯벌은 가로림만에 자리한다. 점박이물범이 정기적으로 찾는 대표적인 서식지로,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알락꼬리마도요 등 170여종의 조류가 확인됐다.
여자만 동쪽에 있는 여수갯벌에는 갯게와 붉은발말똥게,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법정보호종이 서식한다. 고흥갯벌은 두꺼운 미세펄 갯벌과 다양한 해조류가 어우러진 생태계를 이루며, 검은머리갈매기와 알락꼬리마도요 등 국제적 멸종위기 철새의 주요 중간기착지로 꼽힌다.
무안갯벌은 염습지와 펄갯벌, 모래갯벌이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를 이룬다. 신안갯벌과 연결되는 탄도만갯벌은 이동성 물새의 주요 서식지이며, 함해만갯벌에는 국제적 멸종위기 조류 17종을 비롯해 1300여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확대 등재를 위해 해양수산부와 외교부, 관련 지방자치단체, 한국의갯벌세계유산등재추진단, 지역 주민 등과 함께 신규 구역 편입과 완충구역 확대, 보호구역 지정, 관리체계 정비 등을 추진해 왔다.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현지실사와 심사에도 대응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등재 직후 “대한민국 해양 생태계의 보석인 갯벌의 확대 등재를 승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오랜 세월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온전히 지켜온 주민 여러분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갯벌은 멸종위기에 처한 철새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엄청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공간”이라며 “한국만의 유산이 아니라 모든 인류의 유산임을 기억하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보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천연기념물인 ‘강화 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를 비롯한 인천·경기 지역 갯벌은 이번 확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천과 경기,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벡스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지역을 포함하는 3단계 확대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UCN 역시 심사 과정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추가 갯벌을 지속적으로 조사·분석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으로 2021년 세계유산위원회의 확대 권고는 일단 이행됐지만, 황해 갯벌의 연결성과 보전 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추가 과제는 남아 있는 셈이다.
이번 확대 등재는 기존 세계유산의 경계를 변경한 것이어서 국내 세계유산 수에는 변동이 없다. 한국은 문화유산 15건과 자연유산 2건 등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자연유산은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과 ‘한국의 갯벌’ 두 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