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항의해온 Z세대 중심 단체 ‘바퀴벌레국민당’(CJP)의 요구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다. CJP는 장관 사임과 유족 보상 등 정부의 후속 조치 약속을 받아낸 뒤 전국적인 시위를 중단했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고려해 반국가 세력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의 핵심 인사로 한때 BJP의 차기 지도자 후보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수도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에 모인 CJP 시위대 수천 명은 프라단 장관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자이 힌드”(인도 만세)를 외치고 주변에 사탕을 나눠주며 기뻐했다. CJP 창립자 아비지트 딥케(30)는 시위대의 환호 속에서 “우리가 해냈다”고 선언했다. CJP는 이어 정부가 핵심 요구 사항을 받아들였다며 지난달 6일 첫 거리집회를 시작한 지 49일 만에 시위를 즉시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험 문제 유출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수험생 유족에게 관련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이번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사법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CJP는 당초 유가족 한 가구당 1크로어루피(약 1억500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액수를 그대로 지급하기로 확약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은 채 규정에 따라 가능한 최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약 220만명이 응시한 전국 의대 입학 자격시험(NEET)에서 문제 유출과 부실 운영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작됐다. 타임스오브인디아(TOI),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 유출로 인해 시험이 취소된 지난 5월12일 이후 최소 10명 이상의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빗댄 발언을 하면서 청년층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CJP는 이 발언을 풍자해 결성됐으며, 단체명도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의 이름을 비튼 것이다.
온라인 풍자 운동으로 출발한 CJP는 교육부 장관 퇴진과 유족 보상, 시험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초부터 뉴델리를 중심으로 거리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일에는 수천 명이 뉴델리 의회를 향해 행진하려다 최루탄과 곤봉을 동원한 경찰과 충돌했다. 이후 동부 서벵골주와 남부 텔랑가나주·카르나타카주·타밀나두주 등에서도 학생과 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정부는 지난 20일과 24일 CJP 지도자들과 잇따라 협상을 벌여 유족 보상과 시위대에 대한 사법처리 중단 문제에 의견을 모았다. 그간 교육부 장관의 퇴진 요구를 놓고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으나 프라단 장관이 결국 물러나고 CJP가 시위 중단을 선언하면서 양측의 정면 대치는 일단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