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대학생 외동딸을 둔 엄마이자 이웃들이 모두 좋아했던 50대 입주민 A씨는 갑작스러운 방화 피해로 가족의 곁을 떠났고, 남편은 "눈가에 맺힌 눈물도 닦아주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활달한 성격으로 이웃들과 살갑게 지내며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랑받았던 피해자는 한순간의 방화 사건으로 가족의 품을 떠났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내가 전신 화상을 입은 뒤 "살려달라"고 외친 절규가 잊히지 않고 있다.
B 씨는 "아침 식사를 같이하려고 했는데 관리사무소에 간 아내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며 "내가 가봐야겠다 싶어서 관리사무소 2∼3m 앞에까지 갔을 때 '펑'하는 큰 소리랑 화염이 치솟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일 먼저 남자(방화 피의자)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고 화장실에서 몇 명은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있었다"며 "우리 아내는 불구덩이 속에서 누운 채로 살려달라 해 밖으로 끄집어냈는데 못 살렸다"고 토로했다.
전신 화상을 입은 A 씨는 서울 소재 화상 치료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하루 만에 숨졌다.
B 씨는 "여기 아파트로 이사 오고 6∼7년밖에 안 됐다"며 "아내가 참 활발하고 명랑하고, 구김 없이 남들과 사귀는 걸 좋아해서 동네 사람들이 다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생활 내내 나하고도 부부싸움 한 적이 없다"며 "내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날 살려달라고 하고 물을 뿌려주니 귀에는 물이 안 들어가게 해달라고 이야기한 게 아내와 마지막 대화였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지난 23일 오전 8시께 집을 나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관리사무소에 들렀다가 돌아온 B 씨로부터 "CCTV 연결 코드(잭)가 훼손돼서 관리사무소에서 경찰에 신고하느니 마느니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때마침 A 씨도 전날 저녁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뒤 아파트를 비추는 CCTV 모니터 화면 가운데 1곳(관리사무소 내부)을 제외하고 모두 꺼진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그렇게 집을 나선 A 씨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대학생 외동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변을 당했다"며 "이런 상황들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고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A 씨의 빈소는 경산시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경찰은 이번 방화 사건 피의자로 입주민 류모(71) 씨를 입건한 상태다.
류 씨는 수년 전부터 아파트 관리비 집행 등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류 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을 포함한 7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를 받고 있다.
경찰은 류씨의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체포영장을 집행해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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