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병역거부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지방자치단체에 ‘해직 요구’ 공문을 보내 최근 9년간 329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자영업자인 병역거부자는 영업소 폐쇄 처분으로 운영하던 치킨집 문을 닫아야 했다.
병무청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사법절차와는 별개의 행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 9년간 329명 해직 요구…지난해 처음 100명 넘어
26일 병무청에 따르면 병무청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병역거부자 329명에 대한 해직을 요구했다.
병무청은 이들의 고용주나 자영업자 영업장 소속 지자체에 ‘병역의무 불이행자 해직 통보’ 공문을 보낸 것이다.
공문 발송 대상은 2020년 4명에서 2021년 19명, 2022년 39명, 2023년 42명, 2024년 65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01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었다.
병역의무 불이행자 해직 통보’는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뒤 2020년 대체역 편입제도가 도입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체역에 편입되면 교정시설 등에서 36개월간 합숙 복무를 해야 한다.
제도가 없던 때에는 병역거부자 상당수가 곧바로 형사재판과 수감 절차로 넘어가 취업제한 조항이 작동할 국면 자체가 좁았다.
하지만 대체역이라는 선택지가 생기면서 이를 신청하지 않거나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이 ‘병역의무 불이행자’로 분류되는 경로가 뚜렷해졌고, 그만큼 해직 요구 대상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 해고 안 하면 고용주 처벌…“요구대로 다 해고됐다”
병역법 제76조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장, 고용주는 병역 기피자를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채용할 수 없고 재직 중이면 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병역거부자가 공무원일 때뿐 아니라 민간기업 재직자, 자영업자일 경우에도 모두 해당하는 셈이다.
고용주도 공문을 받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 해고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당할 고용주는 사실상 없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거부자에 대한 해고요구를 거부해서 병무청이 고발한 사례는 1건뿐이고 나머지는 다 요구대로 해고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인허가 제한으로 병역거부자가 운영하던 치킨집이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2018년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20대 남성이 영업소 폐쇄 처분 통지를 받았다.
◆ 1962년 만들어진 조항
한편 병무청이 근거로 드는 병역법 제76조는 1962년 병역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취업과 생계를 제한하도록 만들어진 조항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 병역법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2016년 “제한 대상 직업의 범위가 공직·사적 부문의 직업을 모두 포괄하고, 당사자의 생활 형편과 사회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심각한 생계 위협 및 사회적 소외를 초래할 수 있다”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반면 병무청은 완고한 입장이다. 2017년 인권위에는 “재판 진행을 이유로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병역 기피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권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같은 입장을 유지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불수용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며 “취업 제한은 사법절차와는 다른 별개의 행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