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관심을 모은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5)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으로 결론 났다. 최 회장이 이혼조정을 신청한 후 9년 만이다. 소송 결과를 두고 노 관장이 예상보다 많은 재산을 얻게 됐다는 평가와 항소심 변론종결일 기준 재산분할액에 현금으로 지급하게 된 점은 최 회장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는 24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9440억원은 국내 재벌가 이혼소송에서 책정된 재산분할금으로 알려진 것 중 최대 규모다.
항소심과 파기환송심 재판부 모두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분할 대상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증대됐고 이에는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활동이 기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는데, 노 관장 몫의 재산분할 비율도 역대 재벌가 이혼 사례 중에선 이례적으로 높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원금 300억원은 노 관장 측 기여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제외했다.
파기환송심 핵심 쟁점은 SK 주식을 분할 대상에 포함할 경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가액을 산정하느냐였다. 최 회장 측은 이혼소송 항소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16일)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SK 주가는 항소심 변론종결 이후 5배 넘게 올랐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재산분할금을 주식 자체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하게 한 점도 최 회장 입장에선 지분 변동을 피하고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어 유리한 결과로 평가받는다. 향후 최 회장은 재산분할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 매각보다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잠재적 경영권 불안요소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SK㈜의 지분율은 17.9%,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모두 포함해도 25.42%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전자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34∼35%, 구광모 LG 회장 등 LG 일가의 ㈜LG 지분율이 41.7%라는 점과 비교하면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상황이다. 양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 있으나, 재상고심에서 결론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재산이 8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의 이혼소송에도 관심이 모인다. 2022년 11월 제기된 권 이사장의 이혼소송 1심 선고는 약 4년 만인 올해 9월9일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