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핵심축 된 삼성·SK… AI 생태계 확장 주도권 [李대통령 ‘샌프란 AI’ 선언]

빅테크들 ‘맞춤형 칩’ 확보 사활

SK, 엔비디아와 5000억弗 협력
최태원 “세계 최고 AI 팩토리 구축”
MS·AWS 등 2500억弗 공급키로

삼성,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弗
‘파운드리 독주’ TSMC 추격 발판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인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각각 SK그룹, 삼성전자와 총 700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파트너십을 맺은 건 폭증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속에 안정적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맞춤형 칩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과 SK는 첨단 AI 메모리 반도체부터 AI 팩토리, AI 데이터센터(AIDC) 등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주도하는 공급망의 중추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스1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브로드컴과 손잡은 건 메모리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후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전 분야의 전격적인 동맹으로 볼 수 있다. 브로드컴은 스스로 칩을 제조하지 않는 대신, 업계 최고 수준의 설계 자산(IP)을 바탕으로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의 맞춤형 AI 반도체(ASIC) 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력과 초격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HBM을 비롯한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해 브로드컴 AI 가속기의 성능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 파운드리 분야에선 브로드컴의 차세대 고속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 등 주요 제품 라인업에 2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 특히, 브로드컴과의 파트너십은 유독 글로벌 파운드리 사업에서 존재감이 약했던 삼성전자에게 ‘단비’와 같다. 지난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가 72.3%로 압도적이고, 2위 삼성전자는 6.5%에 불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한국 기업과 미국 빅테크 간 AI 협력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미국은 세계 최고 AI 원천기술과 플랫폼, 뛰어난 인재를 보유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디바이스, 첨단제조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은) 앞으로도 글로벌 사회와 발맞춰 안전하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AI를 위한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 참석해 있다. 뉴스1

SK는 엔비디아와 총 5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AI 팩토리 및 AI 메모리 공급 등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포괄적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풀스택 AI 팩토리 아키텍처인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탑재된 차세대 AI 컴퓨팅 시스템 ‘베라 루빈’을 도입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고성능 AI 팩토리를 구축·가동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장기 협력에 나선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는 SK텔레콤, SK하이닉스와 함께 한국의 다음 성장을 이끌 새로운 세대의 AI 팩토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첨단 메모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초대형 AIDC 인프라의 동시 구축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는 SK텔레콤의 AI 인프라 역량과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를 바탕으로 엔비디아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AI 팩토리를 구축해 대한민국이 AI를 소비하는 나라를 넘어 AI 혁신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SK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다른 빅테크와도 25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협력에 나선다. 최 회장은 같은 서밋에서 “대한민국은 더 많은 메모리와 AIDC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