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법인들이 산림기술자 명의를 빌려 사업체를 운영하며 지방자치단체 일감을 따내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산림청은 이를 방치한 채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사망자, 감방 수감자 명의까지 도용한 업체들은 산불피해 지역들을 골라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설립·등록·폐업을 반복하는 꼼수로 부실시공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점검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27일 산림기술정보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된 산림법인 3234개 중 77%(2483개)의 사업자등록번호가 누락·오기입돼 있는데도 산림청이 방치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산림기술자 자격 대여 및 도용 여부를 점검하는 데 4대 보험 자료를 활용할 수 없었다. 이에 감사원이 산림법인에 소속된 산림기술자 1만6970명의 고용보험 이력과 근로소득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시근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인원이 6664명에 달해 자격 대여나 명의도용 가능성이 의심됐다.
유형별로는 고용보험, 근로소득 내역은 있지만 월 소득이 80만원 이하 소액이어서 명의 도용이 의심되는 경우가 430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산림법인 외 다른 업체 근로소득이 확인된 중복소득자가 1534명,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근로소득이 없어 상시근무로 보기 어려운 유형은 823명이었다. 이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감사원이 각종 행정자료를 추가 분석해보니 사망자 47명이 3개월 이상 산림법인 소속으로 등록돼 있었다. 이 중 9명은 숨진 이후 새롭게 등록됐다. 감사원은 “산림법인에 의한 명의도용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 수감된 인원이 25명, 장기해외체류자는 41명,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 대상자는 71명에 달하는 등 195개 업체가 자격 대여 또는 명의도용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1년 2월∼2025년 2월 본인 명의 업체 외에도 동일 주소지에 배우자, 자녀, 지인 명의로 3곳을 추가 설립하면서 사망한 산림기술자 6명 명의를 갖다 썼다. 이런 수법으로 업체 총 4곳을 산림법인으로 등록했다. 고인들은 업체 소속으로 등록된 뒤 사망(3명)했거나, 이미 사망한 뒤에 등록(3명)됐다. 산림기술자 B씨는 구속수감돼 있는 동안 업체에 명의만 빌려주는 대가로 2022년 8월∼2024년 6월 매달 109만원을 월급으로 꼬박 챙겼다. 이후엔 또 다른 업체에도 명의를 빌려줘 지난해 2월 출소 때까지 월 100만원을 감방에 들어앉아 챙겼다.
이러한 업체들은 산불피해 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겨 설립·등록해 지자체 일감을 따내고, 산불피해 복구공사를 부실하게 한 뒤에는 폐업하는 수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 운영을 일삼는 것으로 지적돼 산림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감사원은 문제 업체들에 대한 행정조치 및 산림기술자들에 대한 자격을 취소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산림청에 통보했다. 산림청은 감사 결과에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