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 ‘트럼프 고속도로’ 개통… 트럼프 “당장 가고파”

영토 분쟁서 모로코 지지한 데 대한 감사 표시
트럼프 “모하메드 6세 국왕 진심으로 존경해”

모로코가 최근 완공한 기념비적 고속도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속도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공사비로 10억달러(약 1조 4600억원)가 투입돼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로 꼽힌다. 트럼프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모하메드 6세(62) 모로코 국왕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에 올린 모로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속도로’의 소개 동영상 일부. 모로코 대서양 해변을 따라 1055㎞를 달리며 국토의 북부와 남부를 잇는 이 도로가 “번영을 위한 평화의 길”이란 설명이 곁들어져 있다. 트럼프 SNS 캡처

주(駐)모로코 미국 대사관의 듀크 부찬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속도로는 진정한 평화의 파트너인 모하메드 6세 국왕의 미래 지향적 리더십을 기리는 강력한 기념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앞으로도 모로코 사하라(Moroccan Sahara)의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을 위해 모로코와 함께하겠다는 영원한 결의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로코 사하라는 한국인들 사이에 ‘서(西)사하라’로 알려진 지역의 모로코식 명칭이다. 모로코 바로 아래에 있는 이 땅은 1975년 수백년 동안의 스페인 식민 통치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때부터 서사하라를 자국령으로 편입하려는 모로코와 서사하라의 독립을 원하는 무장 정파 ‘폴리사리오’ 간의 분쟁이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서사하라 북부는 모로코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반면 남부는 폴리사리오가 이끄는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의 영역으로 통한다.

모로코 지도 위에 표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고속도로’(1055㎞) 노선. 왼쪽으로 이 고속도로의 길이가 대서양과 면한 모로코 해변의 36%에 이르며, 이는 아프리카 전체 대서양 해안가의 7%를 차지한다는 설명이 보인다. 트럼프 SNS 캡처

서사하라는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을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에 속한 나라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들로부터 정식 독립국으로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서사하라를 승인하지 않으면서 ‘모로코 영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모하메드 6세가 자국 고속도로에 트럼프 이름을 붙인 것은 서사하라 문제에서 모로코 편을 들어주는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념비적 건축물에 자기 이름을 붙이는 것을 즐기는 트럼프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는 SNS를 통해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님께 깊은 존경을 바친다”며 “정말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젠가, 가급적 빨리 이 위대한 고속도로를 여행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고속도로는 모로코 북부와 남부를 잇는 1055㎞ 길이의 교통로다. 모로코 옛 수도인 티즈니트와 관광지로 유명한 서사하라 도시 다클라를 연결한다. 이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서사하라 북부에 대한 모로코의 실효적 지배가 더욱 공고해짐은 물론 물류와 관광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