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이 올해를 대전환의 해로 기록할 수 있을까. 다음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이엑스지(AXZ)가 회사명을 ‘주식회사 다음(다음)’으로 변경한다고 27일 밝히면서, 한때 네이버와 포털 생태계를 양분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다음의 행보가 가져올 결과에 정보기술(IT) 업계 시선이 쏠린다.
앞서 AXZ는 지난 20일 개최한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식회사 다음’으로의 사명 변경을 의결했다. 사명 변경은 회사와 대표 서비스의 브랜드를 일치시켜 기업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다음 포털 이용자·파트너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추진됐다. 단순히 회사 이름표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이용자에게 익숙한 브랜드 자산을 재활용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포털로 다시 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비친다.
카카오는 2023년 다음 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출범시킨 뒤, 지난해 5월 이를 분사해 100% 자회사인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사명을 AXZ로 변경한 바 있다. 본래 이름을 되찾은 다음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독자 생존과 체질 개선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업 홈페이지와 공식 채널을 개편하고, 검색·콘텐츠·커뮤니티 분야에서 축적한 서비스 역량에 AI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포털 구축에 나선다. 기존의 키워드 중심 검색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질문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AI 검색을 강화하고, 뉴스·콘텐츠 영역에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보다 편리하게 탐색할 수 있도록 개인화·요약 기능을 고도화한다. 카페와 티스토리 등 커뮤니티·창작자 생태계의 경쟁력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디지털 환경의 거대한 변화가 다음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의 다음 이용자들 패턴은 비교적 명확하고 단순했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면 자연스럽게 다음 메인 화면으로 들어왔고, 한메일로 이메일을 확인한 후 기사를 읽었다. 개인 취미 등과 연관된 커뮤니티 카페로 넘어가 다른 이용자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 일상 소통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대화는 카카오톡, 궁금한 점은 구글의 ‘제미나이’나 오픈AI의 ‘챗GPT’로 찾는 등 이용자의 경로가 파편화됐다.
이용자의 인터넷 동선이 사방으로 흩어진 시대에서 다음이 추진하는 연쇄적인 변화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최근 부활시킨 ‘실시간 트렌드’ 기능이나 단계적으로 선보일 AI 기반 기능들은 한때 다음이 손에 쥐었던 인터넷의 첫 화면이라는 일종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다만, 새로운 출발선에 선 다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은 2.3%에 그쳤다. 각각 58.9%와 36.3%를 차지하며 사실상 시장을 양분한 구글·네이버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이용자 유입의 핵심 지표인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다음의 현재에 위기감을 더한다. 지난해 기준 다음의 MAU는 약 690만명으로, 4000만명을 웃돈 네이버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쳤다. 네이버가 최근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을 활용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로 이용자를 추가로 유입시키면서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에는 역사적 자산 계승,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정보 탐색과 연결의 방식을 만들어가겠다는 사측의 의지가 담겼다. 순우리말로 ‘지금 이후에 이어지는 때나 차례’를 의미하는 다음은 이름처럼 이용자의 오늘과 더 나은 다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995년 오픈해 30여년 데이터 자산을 품은 다음의 AI 포털 재도전이 흩어진 이용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건수 다음 대표는 “사명 변경은 다음의 서비스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더욱 분명히 하는 일”이라며 “다음이 30여년 동안 축적해 온 신뢰와 가치를 계승하면서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인터넷과 AI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