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주는 부모’ 없다면…OECD “인서울, 더는 계층상승 보증수표 아냐”

부모 소득 낮으면 수도권 진입부터 '높은 장벽'
서울 집 살 수 있는 중위소득 가구 비율 12년 새 32%→7%

이른바 ‘인서울’과 수도권 이주가 더 이상 계층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 나왔다.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들의 절대 소득은 지방에 남은 청년들보다 높았지만,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진입 기회 자체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되면서 사회 이동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이슈 브리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을 소개했다.

 

OECD는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1971~1990년생 1000명과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간 추적 조사해 세대 간 소득 이동과 수도권 이주의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그렇지 않은 청년들보다 절대적인 소득 수준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계층 이동 효과는 예전만 못했다. OECD는 수도권으로 이동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부모 세대보다 더 높은 경제적 지위에 오를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상위권 대학 경쟁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에 청년들은 계속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서도 “최근 연구들은 수도권 이주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번영의 길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1981~1990년생 청년층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수도권 이주가 계층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OECD는 부모의 경제력이 수도권 이주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고도 지적했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부모의 경제력이 중요한데, 부모 소득이 낮으면 자녀의 수도권 이주가 어렵고 이에 따라 서울의 대학·일자리 접근성 역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설령 저소득 가정 출신 청년이 수도권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부모의 지속적인 지원 없이 서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계층 이동 가능성 역시 제한될 수 있다고 OECD는 진단했다.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 게시판에 매매물건 광고만 보이고 있다. 뉴시스

비수도권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급등한 서울 집값이 꼽혔다.

 

OECD에 따르면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의 비율은 2012년 32%에서 지난해 7%로 급감했다. 불과 10여 년 만에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주택의 선택지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보고서는 수도권 집중이 지속될 경우 지방은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지역경제 위축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OECD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교통·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지역에서도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