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일단 숨고르기…트럼프 '대화 여지' 이란 '우리 승리'

美 '13일 연속' 공습 잠정 중단…이란도 '보복 중단'
호르무즈 통항 여전히 살얼음판…대화냐 불씨냐 다시 기로

미국이 2주간 이어온 대이란 공습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도 이에 조건부로 화답하면서 일단은 무력 충돌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물밑 접촉으로 협상 재개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는 신경전을 고조시키며 여전히 불씨를 이어가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이란 공습 중단을 지시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대이란 군사작전이 "잠정 중단됐다"고 CNN에 전했다.

이후 미군은 지난 11일부터 23일까지 13일 연속으로 이어진 공습을 멈추고 사흘째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미 NBC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현재 하는 일은, 우리가 그간 지켜본 것처럼, 대화에 어느 정도 여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실무진부터 최고위급까지 모든 수위에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신에서는 미군의 요격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소진되면서 미국이 사실상 불가피하게 공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무기 비축량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지만,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은 재고 소진에 불안감을 표하면서 무기 보충을 "절실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유조선. AP연합뉴스

반면 이란은 미국의 공습 중단을 사실상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아미르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영TV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강제로 개방하거나, 이란의 방어 능력을 약화·파괴하는 데 실패했다"며 "미국은 전략적 의사결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전쟁의 지리적 범위는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확대됐다"며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선박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점을 언급했다.

동시에 이란은 중동 내 미 동맹국들을 겨냥한 보복 공격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란 역시 지난 2주간 이어진 미국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만큼, 내부 상황을 정비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통제권을 고수하며 봉쇄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 선박은 하루 10척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과 이란이 일시적으로 공습을 중단했지만, 항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선박 운항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25일에는 선박 위치추적장치(AIS)를 끈 채 운항한 선박 3척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합의한 대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스트리아 국영방송 ORF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의 메시지 교환을 비롯해 중재국들의 활동이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을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서도 해협 인접국인 이란-오만 간 외무차관급 회담이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친이란 후티 반군의 도발이 시작된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도 불확실성이 번지면서 충돌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향후 미군의 요격미사일 재고가 보충되면 미국이 다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란 역시 미국과의 대화를 두고 내부 혼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왈츠 대사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대이란 협상의 외교적 난제 중 하나는 이란 측이 분열돼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따르려 하고, 다른 일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