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전과 달리 사소한 일에도 격하게 화를 내거나 가까운 가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흔히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감정과 행동의 변화가 이어진다면 기억력 저하보다 치매 초기 신호일 가능성도 있다.
방송인 안선영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안선영의 이중생활’을 통해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기 전 겪었던 일을 공개했다. 그는 임신 초기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집까지 찾아와 욕설을 하고 머리채를 잡았다며 “그때는 정말 성격이 변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치매 초기 증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안선영은 당시 큰 충격을 받아 출산할 때까지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후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당시 행동이 치매의 초기 신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밝혔다.
◆ 기억력보다 성격 변화가 먼저 올 수도
치매는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는 감정과 행동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국립 알츠하이머병 조정센터(National Alzheimer’s Coordinating Center)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진행한 1998명 중 59% 이상은 인지장애 진단 전에 한 가지 이상의 정신행동 증상을 보였다. 가장 흔한 증상은 우울감(24%)이었고 짜증(21%)이 뒤를 이었다. 이는 감정과 행동의 변화가 인지장애 진단에 앞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50세 이후 감정·행동 변화가 새롭게 나타나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경도행동장애’에 해당할 수 있다. 경도행동장애는 치매를 확진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치매 위험 신호 중 하나다.
◆ 치매마다 처음 나타나는 모습도 다르다
치매는 원인 질환에 따라 초기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일을 반복해서 잊는 기억력 저하가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전두측두엽 치매는 충동 조절이 어려워지거나 성격 변화가 먼저 나타날 수 있으며, 루이소체 치매는 환시나 렘수면행동장애가 초기 신호가 되기도 한다.
다만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를 곧바로 치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감염·탈수·우울증·약물 부작용 등도 혼란이나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고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보호자가 기록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 건망증과 치매는 무엇이 다를까
나이가 들면 누구나 깜빡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인 건망증은 단서를 주면 기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방금 했던 질문조차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기억력 저하로 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익숙한 곳에서도 길을 잃고 약을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일부 치매 환자에게는 잃어버린 물건을 가족이 가져갔다고 믿는 ‘도둑망상’이 나타나는 등 판단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 생활습관 관리와 조기 진단이 중요
치매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발병 위험을 낮추거나 발병 시기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랜싯 치매 예방·중재·돌봄위원회는 난청·고혈압·당뇨병·흡연·신체활동 부족·사회적 고립 등 14가지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을 관리하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꾸준히 관리하고 걷기와 근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독서나 글쓰기 등 두뇌를 쓰는 활동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기억력 저하나 이전에 없던 성격·행동의 변화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나 성격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