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발동에 실효성 의심받는 ‘증시 안전망’

2026년만 66번 울린 ‘사이드카’

금융위기 당시 45번 기록 웃돌아
프로그램 매매 진정에는 역부족
비차익거래도 막아 변동성 키워
美·日 등도 제도 운영하다 폐지

일각 “시장붕괴 막는 필수 방어막”
비대칭 조건부 발동 등 대안 제시

국내 증시 안전장치인 사이드카가 올해 역대 최다 발동 기록을 세우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알고리즘 매매가 주도하는 현재 거래 환경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여전히 필요한 제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66회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에서 41회, 코스닥에서 25회가 발동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한 해 양 시장의 합계인 45회를 이미 웃돌며 사상 최다 기록을 썼다.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와 비교해 65.13포인트(p)(0.97%) 상승한 6755.75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6.64포인트(p)(2.22%) 상승한 764.86로 마감했다. 뉴스1

사이드카 발동 이후에도 증시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례로 13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4%대 하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가 가동됐지만 이후 낙폭을 더 키우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다. 마찬가지로 매도 사이드카가 켜졌던 16·24일 역시 코스피가 각각 6.37%, 5.72% 급락하며 주저앉았다.

 

◆주가 흔드는 ‘5분 멈춤’

 

사이드카 발동에도 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데 한계를 보이는 데는 현재의 주식거래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컴퓨터에 미리 조건을 입력해 주식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프로그램 매매’는 오늘날 증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 사이드카는 주가가 급변할 때 이 프로그램 매매를 5분 동안 멈춰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장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대규모 자금이 오가는 고도화된 매매 환경에서 5분 동안 주문을 막는 것이 시장 흐름을 바꾸기에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히려 발동 기준선에 주가가 근접하면 투자자들이 거래정지를 피하기 위해 앞다퉈 주문을 서두르면서 주가가 기준점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는 ‘자석 효과’마저 나타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획일적인 거래차단이 도리어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출렁일 때 가격 차이를 맞추거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들어오는 방어적인 프로그램 매매까지 일괄적으로 멈추면, 정작 유동성이 필요한 시점에 돈줄이 끊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과거 보고서를 통해 프로그램 매매를 일괄 차단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었다. 보고서는 “위험 회피(헤지) 목적 등이 포함된 비차익거래는 오히려 장중 변동성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이 있다”며 획일적인 거래 정지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비차익거래를 사이드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증시 흐름과 프로그램 매매 방향이 일치해 변동성을 키울 때만 한정해 작동하는 ‘비대칭적 조건부 발동’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다.

◆“국내는 필수 방어막” 반론

 

실제 1987년 이른바 ‘블랙먼데이’ 폭락을 계기로 사이드카 제도를 도입했던 미국은 1999년 이를 폐지했다. 인위적인 거래 차단이 가격 발견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은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서킷브레이커와 개별 종목 가격 변동을 제한하는 장치만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가격 급변 시 체결 속도만 조절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내 증시 특성을 고려할 때 사이드카의 순기능이 여전히 크다는 반론도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가격제한폭(상하한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하락장에서 나오는 반대매매 등 시장 충격을 완화할 안전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시장 안정장치는 천재지변이나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시장 붕괴를 막아주는 필수적인 방어 수단”이라며 “최근의 특수한 장세만 보고 섣불리 안전장치를 없앴다가는 향후 증시가 더 크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7월 말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사이드카 발동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의 정책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