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검색과 커머스 중심 사업을 넘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에이전트 플랫폼·특화 모델을 묶은 AI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조달받아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아시아·유럽·중동으로 인프라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새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받는 방식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엔비디아는 네이버 보통주 724만1564주(지분 4.5%)를 약 10억달러(1조4809억원)에 확보한다. 10월30일까지 납입하면 국민연금공단(9.25%), 블랙록(6.12%)에 이어 3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네이버는 이번 협력을 통해 2028년까지 AI 팩토리를 200메가와트(㎿) 규모로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1기가와트(GW)로 확대해 AI 인프라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가 강조해 온 차세대 AI 인프라다.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설비 등 물리적 인프라와 AI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학습·추론 AI 서비스를 생산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이 사업에서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가) 그간 축적해 온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과 노하우를 글로벌 무대로 스케일업할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며 “AI 생태계 구현을 위해 전 세계 기업들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통신사,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와 GPU 서비스형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가 진입 장벽으로 꼽혀왔다. 1GW급 데이터센터 구축에만 70조원 이상이 드는 등 데이터센터·부지·전력·냉각 설비·운영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와의 협력을 통해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GPU 수급과 인프라 조달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번 계약은 네이버가 AI 인프라 사업자로 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AI에서 뒤처졌단 우려를 받아왔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1차 탈락한 뒤 초거대 범용 모델 경쟁보다는 자사 서비스에 최적화한 특화 모델 개발에 무게를 뒀다. 검색·커머스·광고 중심의 수익 구조와 맞물려 AI 사업의 독자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에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등 자사 서비스에 AI를 접목해 고도화하는 동시에 AI 인프라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고, AI 팩토리 생태계 핵심 사업자로 떠올랐다.
다만 수익화까진 갈 길이 멀 전망이다. 브룩필드의 90억달러 조달은 구속력 없는 사전계약이고 엔비디아와도 조건부 투자 계약을 맺어 자체 자금 확보가 필수다.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빅테크와 코어위브 등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설계·운영, AI 모델 내재화 역량을 갖췄고, 국내에서 대규모 서비스형 GPU를 운영해본 경험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 지역 국가들의 ‘소버린 AI’ 수요를 겨냥할 방침이다. 미·중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 AI 인프라를 원하는 국가들에 데이터센터·클라우드·특화 모델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태국에서는 태국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