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반도체 대표 기업인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2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증시 상장과 동시에 본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서방 매체들은 이번 상장을 단순한 기업공개(IPO)가 아닌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선 중국 반도체 자립의 이정표로 평가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확보한 중국 메모리 반도체가 본격적인 덩치 키우기에 나서면서 한국이 주도해 온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CXMT 주가는 개장 직후 공모가(8.66위안) 대비 476% 오른 49.88위안까지 치솟았다. 이어 오전 11시16분 최고가인 55위안(535.1%)을 기록한 뒤 하락해 49위안(466%)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CXMT 시총은 3조2800억위안(약 711조7000억원)으로 직전 1위였던 중국공상은행(ICBC) 시총 2조7600억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1000조원대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시총에는 못 미치지만 인텔 시총(4656억6000만달러·약 684조원)은 넘어섰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이번 IPO를 통해 신주 66억8800만주를 발행하며 579억2000만위안을 조달했다. 이는 올해 들어 아시아 증시 IPO 중 최대 규모다. 여기에 상장 주관사가 추가로 주식을 팔 수 있는 초과 배정 옵션(그린슈)이 전액 행사될 경우 총 조달 규모는 최대 666억1000만위안(약 14조4000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CXMT는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17나노급 이하 미세공정 전환과 차세대 모바일 D램과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메모리 공급망 국산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중국 집적회로 산업의 종합적인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상장의 의미를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연결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CXMT를 “세계 메모리 반도체 거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중국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이번 상장을 “미국과의 무역 전쟁 속에서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CNBC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인용해 “CXMT의 시가총액이 조만간 1조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주요 인덱스 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어 주가를 강력하게 떠받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CXMT가 중국 시장의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는 자금 ‘블랙홀’ 현상을 우려하며 “그 여파가 증시 유동성을 말라붙게 하고 CXMT 주가마저 크게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CXMT가 HBM 등 첨단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낼수록, 미국 상무부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8%),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에 이어 CXMT(8%)가 4위를 기록 중이다. 선두권과의 기술 격차는 존재하지만 막대한 내수 시장과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긴장을 주고 있다. K반도체가 HBM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CXMT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범용 D램 시장을 잠식한다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산업 애널리스트 마지화는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CXMT가 삼성전자 등 글로벌 D램 ‘톱3’에 도전하고 세계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