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0명 중 9명이 투표 사무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실이 확보한 선관위 공무원 노조의 ‘조직쇄신 및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8∼16일 실시, 선관위 현원 3007명 중 1138명 참여)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6·3 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선행 과제(복수응답)로 80%(910명)가 투표 사무의 행안부(지방자치단체) 이관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투표 업무의 행안부 이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 88.5%(1007명)가 찬성했다. 선관위 직원 상당수가 핵심 사무를 다른 기관에 넘겨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니 황당한 자기부정의 극치다.
대한민국 헌법은 선거·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와 정당 사무를 선관위의 양대 임무로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 기관임을 내세워 독립성을 주장하더니 정작 헌법이 부여한 업무는 떠넘기기 바라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선관위 직원들의 투표 사무 방기 희망은 본업 포기 선언과 다를 게 없다. 국방부가 국방의 책무를 회피하고, 외교부가 외교의 직무를 유기(遺棄)한다면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있겠는가. 감시 사각지대의 선관위가 얼마나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며, 직원들의 공직관이 얼마나 나태한지 보여준다. 부실 선거 관리로 부정 선거 음모론이 판을 치는 것도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