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선 지지율 하락 우려… 건진법사와 관계 의도적 축소 판단 [尹 ‘선거법 위반’ 1심]

법원, ‘당선무효형’ 선고

20대 대선 토론회 때 발언 쟁점
尹 “윤우진에 변호사 소개 안 해”

법원, 모든 공소사실 유죄 인정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결정 침해”
尹측 즉흥답변 방어 논리도 배척

국힘 자산 대부분 토지 등 부동산
확정 판결시 반환금 마련 촉각

1심 재판부는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윤우진 변호사 소개 의혹’과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친분 의혹’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닌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대선 국면에서 불리한 여론을 잠재우고 당선될 목적으로 행한 ‘의도적인 거짓 해명’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순표)는 27일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쟁점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허위사실’인지와, 해당 발언이 당선을 목적으로 한 ‘의도적인 공표’인지였다.

선고 주문 낭독 윤석열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채 재판부의 주문 낭독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尹 해명 모두 ‘허위사실 공표’

 

특검팀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본 발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2021년 12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의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측근인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인 이모 변호사를 소개한 적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12년 기자와의 통화와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이 변호사를 연결해 준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변호사가 윤 전 서장에게 보낸 문자를 언급하며 “윤 전 대통령의 실명과 직위를 구체적으로 밝혀 문자를 보낸 경위는 피고인으로부터 명시적인 말을 듣지 않고선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단순한 묵인이 아닌 변호사 주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공한 적극적 행위이며, 선거를 앞두고 이를 전면 부인한 것은 당선을 위한 고의적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씨와의 관계를 부인한 2022년 1월17일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서의 인터뷰 발언이다. 앞서 같은 달 세계일보의 건진법사 단독 보도를 통해 전씨가 선거대책본부에서 윤 전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에 깊숙이 관여하며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관련 질문을 받은 윤 전 대통령은 전씨를 “당 관계자 소개로 만난 스님”이라고 하거나, “배우자와 함께 만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축소·해명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무속 논란으로 지지율 하락이 우려되자 관계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허위사실 공표’를 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씨를 “통상적인 불교 승려와는 구분되는 점술적 방식으로 조언하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며 윤 전 대통령이 2013년부터 김건희씨를 통해 전씨를 알았고, 자신의 좌천 상황이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 국면에서도 전씨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판단했다.

◆‘즉흥 답변’ 대법 판례 “적용 불가”

 

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2020년 7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며 ‘후보자의 토론회 발언은 즉흥적인 공방 중 발생하므로 적극적인 허위사실 표명이 아닌 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은 상대 후보자가 있는 토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이 불가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대 후보가 없는 자리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면 ‘즉흥성’을 방패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관련 발언으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발언을 ‘허위사실’이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본 2심(최은정·정재오·이예슬 고법판사)에 대해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국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일반 국민이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견과 사상을 표명하는 경우와 같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의 당선무효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20대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394억원과 기탁금 3억원 등 총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대선 선거비용의 반환 책임은 후보자가 아닌 추천 정당이 진다. 국민의힘의 올해 2월 기준 총자산은 약 1315억원이지만 대부분 토지·건물과 임차보증금 등 부동산 관련 자산이다. 현금과 예금성 자산은 약 116억원으로, 반환액 397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