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한 현직 경찰 간부가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10대 아들의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없앤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경감의 증거인멸 의혹은 최근 경찰청이 전국 경찰 가족 연루 사건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현직 경찰 간부를 둘러싼 비위 의혹이 잇따르면서 경찰 조직의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북경찰청은 전주 모 파출소 소속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A경감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여교사를 상대로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실을 알게 된 뒤 휴대전화를 부수고 폐기하는 등 사건 관련 증거물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경감이 아들의 휴대전화를 폐기한 정황을 확인하고 최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섰다.
이와 관련, A경감은 압수 수색 직후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경찰 내부망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두고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A경감의 이런 증거인멸 의혹은 최근 경찰청의 전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수 조사는 최근 광주 지역 장윤기 수사 비위 의혹이 불거진 이후 경찰청이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으며, A경감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친족도례 규정에 따라 직계혈족을 위한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이 제한될 수 있지만,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입건과 수사는 가능하다는 태도다.
경찰 관계자는 “친족도례상 직계혈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입건은 가능한 만큼 관련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주완산경찰서는 피해 여교사의 고소에 따라 A경감 아들의 불법 촬영 혐의에 대해 수사한 뒤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 단순히 현직 경찰관 개인의 비위 의혹을 넘어 경찰 조직의 수사 신뢰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시행 이후 경찰은 대부분의 일반 형사사건에서 1차 수사와 수사 종결 권한을 행사하는 핵심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경찰의 권한이 확대된 상황에서 광주의 장윤기 수사 비위 의혹, 경남의 이른바 ‘거제왕’ 경찰 간부 논란에 이어 전북에서도 현직 경찰 간부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경찰 내부의 공직기강 확립과 엄정한 자기 수사,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조직 쇄신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