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없어 빚내서 샀다…강남 묶자 '노도강' 불붙은 생존형 매수 [잘살아보세]

대출 규제에 외곽으로 번진 풍선효과
“전세 없어서 산다” 생존형 매수 확산

최근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강남과 한강변을 넘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신혼부부와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으로 매수처를 옮기고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여기에 원하는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월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다”고 나선 ‘생존형 매수’까지 가세하면서 외곽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강남을 규제한다고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강벨트에서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콘텐츠 <잘살아보세>에서는 김 대표와 서울 외곽으로 번지는 매수세의 원인, 전세 불안과 집값의 관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전략을 짚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최근 서울 집값 상승세가 노도강·금관구 등 외곽으로 번지는 배경은

 

“집값은 하락했다가 다시 오를 때 강남과 같은 핵심 지역부터 회복한 뒤 주변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다. 저수지에 물이 차오를 때 가장 깊은 중심부부터 채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2025년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부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자 수요가 몰렸는데, 시장 과열 우려로 강남 3구와 용산구가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후 강남 매수가 어려워진 수요가 한강벨트를 거쳐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집값 상승세도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집값을 잡기보다 수요만 이동시키는 이유는

 

“중심지를 규제한다고 주택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고가 아파트 시장은 자기자본이 충분한 사람이 중심이 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은 대출을 활용하려는 실수요자가 몰리게 된다. 강남을 살 수 없는 사람이 집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도강이나 금관구, 경기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결국 중심지만 규제하면 수요가 주변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외곽 지역의 가격 상승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주택 매수에 나서는 이유는

 

“결혼하면 전세든 월세든 거주할 집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장에 갔을 때 원하는 전세 매물이 없으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남은 전세를 잡으려면 보증금을 더 올려줘야 하고, 월세로 가더라도 매달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국 ‘매달 월세를 내느니 대출을 받아 집을 사자’는 판단을 하게 된다. 특히 15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설정돼 있어 대출 여력이 있는 신혼부부와 무주택자들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 지역의 주택을 찾게 된다. 최근 외곽 매수세는 단순히 집값이 더 오를까 두려워 뛰어드는 투자 불안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세를 구하기 어렵고 월세 부담도 커지면서 주거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을 사는 ‘생존형 매수’의 성격도 있다.”

 

―보유세와 토지거래허가제가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까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기 어렵다. 기존에 전세를 주던 집주인이 매도를 포기하거나 직접 입주하면 세입자가 들어갈 수 있는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 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늘어난 세금을 그대로 감당하기보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일부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서울 입주 물량까지 줄고 있다. 서울은 빈 땅이 많지 않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정비사업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지금 사업을 활성화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당장의 전세 부족과 공급 부족을 빠르게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전월세 매물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서울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데도 집값은 왜 좀처럼 잡히지 않나

 

“서울 인구가 줄었으니 집값도 떨어질 것이라고 단순하게 접근하면 오류가 생긴다. 중요한 것은 서울에서 줄어든 인구가 어디로 갔느냐다.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인구가 경기와 인천으로 이동했을 뿐 수도권 전체의 주택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에는 좋은 일자리와 자본, 교육과 생활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 전국의 소득 수준이 높은 유효수요가 계속 서울로 들어오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서울 중심의 1극 체제가 강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수요가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다. 여기에 수도 집중 현상까지 겹쳐 있어 서울 집값을 단순한 인구 감소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지역과 떨어질 지역은 무엇으로 구분해야 하나

 

“모든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니다. 서울만 보면 부동산 불패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방에는 10년이나 20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진 지역과 구축 아파트도 많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일자리와 자본, 생활 인프라가 집중돼 수요가 계속 유입된다. 반면 일부 지방은 주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살 사람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다. 서울이라고 모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지방이라고 모두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해당 지역에서 집을 찾는 사람이 꾸준히 있을지, 일자리와 교통, 교육, 생활 인프라가 유지될지를 봐야 한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기준은

 

“내 집 마련은 1~2년 뒤 가격보다 10년 뒤를 바라보고 해야 한다. 10년 후에도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찾는 사람이 공급보다 많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자리와 교통, 교육, 생활 인프라를 살펴보고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지역인지 판단해야 한다. 다만 좋은 지역을 골랐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급격한 금리 인상기처럼 서울 집값도 대외적인 충격이 발생하면 떨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6년 7월 기준금리를 2.75%로 올린 뒤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을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가격이 조정되거나 금리가 오를 때 버티기 어려울 수 있어 위기가 왔을 때 소비를 줄이고 이자를 내면서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좋은 지역을 고르는 것만큼 가격 조정기를 버틸 수 있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내 집 마련의 중요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