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나쁜 뉴스 몰아내기/이우탁·김경태/틔움출판/2만원
한국 언론이 지난 25년간 포털 중심의 뉴스 유통 구조에 종속됐던 경험을 인공지능(AI) 시대에 극복하고 ‘굿 저널리즘(good journalism)’을 세워나가기 위한 ‘뉴스공급자협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담은 신간이다. 30여년 언론에서 일한 필진은 공영 언론 중심의 뉴스공급자협회를 구성해서 포털과 유튜브, 그리고 AI를 상대로 잃어버린 편집권을 되찾고 뉴스의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0년 이후 한국 언론은 10년 단위로 무너지고 있다고 저자들은 진단했다. 2002년 PC를 기반으로 한 포털에 뉴스 유통이 장악됐고, 10년 뒤인 2012년 본격화된 모바일 시대에는 포털과 유튜브에 언론 자체가 종속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다시 10여년 후에는 생성형 AI라는 변혁 앞에 다시 포획될 상황이다.
언론이 AI에 포획되면 기사를 읽고 보는 주체는 더는 독자나 시청자가 아니라 AI 봇(bot)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AI가 언론사를 한두 곳 ‘선별’해 기사를 알아서 ‘취합’한 뒤 결과를 ‘생성(generative)’하면 시민들은 이를 보고 세상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알아서 한 것이기에, 선별과 취합과 생성 과정을 알 수도, 책임질 사람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나 중국 광둥에 본사를 둔 빅테크가 운영하는 AI 알고리즘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좌지우지할 공론장이고, 게이트키퍼이자, 여론의 형성자가 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그러나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다. "생성형 AI가 몰고 오는 것은 쓰나미이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면서 AI 서비스가 신뢰할 수 있는 최신 정보를 필요로 하는 만큼 언론이 신뢰도 높은 뉴스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오히려 굿저널리즘이 일어서는 기회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기회의 창이 언론의 연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뉴스공급자협회는 우선 연합뉴스, MBC, KBS로 대표되는 공영언론들을 주축으로 구성된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 나아가 AI 시대에 공영언론들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공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공영언론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굿 저널리즘’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언론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뉴스공급자협회라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공영언론의 중심의 공공서비스미디어(PSM)가 공공 데이터·공공 알고리즘·공공 플랫폼의 3대 축으로 뉴스 유통 질서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BBC·AP 등 13개국 37개 언론사·단체가 참여해 ‘뉴스를 위한 NATO’로 불리는 SPUR(Standards for Publisher Usage Rights) 연합을 구축해 AI 빅테크 기업들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언론의 연대를 구축해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나아가 유럽의 SPUR 연합과 손을 잡는 글로벌 연대도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