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얼마나 강화할지 여부다. 부동산 세금은 셋이다. 살 때 취득세, 보유할 때 보유세, 팔 때 양도소득세다. 보유세는 다시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부세가 있다. 이 중 저항이 가장 심한 것은 보유세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금흐름 및 소득 흐름과 가장 무관한 세금이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집을 살 때 낸다. 우리는 취득세까지 감안해 돈을 준비한다. 양도세는 집 판 돈의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 보유세는 다르다. 들어온 현금은 없는데, 세금은 내야 한다.
최병천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적지 않은 사람이 ‘높은 보유세, 낮은 거래세’를 국제 표준처럼 여긴다. 사실이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보유세가 높고 거래세는 사실상 매우 낮다. 한국은 거래세가 높고 보유세는 낮다. 그런데 더 많은 선진국은 보유세도 낮고, 거래세도 낮은 경우다. 북유럽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등 상당수가 여기 속한다. ‘높은 보유세=글로벌 표준’이라는 등식은 사실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 의하면, 2024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내총생산(GDP)의 3.0%다. OECD 평균 1.6%의 약 2배다. 다만 보유세 비중은 한국이 OECD 평균보다 낮았다. 거꾸로 보면, 한국 거래세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부동산 세금은 ‘거래세+보유세 합계’로 봐야 한다. 취득세는 성격상 ‘미리 낸 보유세’다. 한국 취득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주택은 9억원을 넘으면 3%다. 2주택은 8%, 3주택과 법인은 12%다. 보유세 실효세율 1%와 비교하면, 취득세 12%는 보유세 12년치를 선납한 것과 같다. 양도소득세는 3주택 최고세율 82.5%, 2주택 최고세율 71.5%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수준이다.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재산세와 종부세의 합계는 21조1000억원이었다. 같은 해 취득세는 33조7000억원, 양도소득세는 36조7000억원이다. 거래세 합계 70조4000억원은 보유세의 3.3배 규모였다.
한국의 종부세는 국세+누진세+부유세의 특성을 갖는다. 한국 종부세의 독특함은 미국 보유세와 비교할 때 잘 이해된다. 미국 보유세는 지방세+단일세+지역 인프라세의 특성을 갖는다. 예컨대, 미국 재산세로 걷은 돈은 그 동네의 학교, 도로, 경찰, 소방에 투입된다. 내가 낸 세금이 우리 동네 집값을 올려주는 구조다. 말 그대로 ‘재산 가치를 올려주는’ 재산세다. 이를 편익과 연동된 응익세(應益稅·benefit tax)라고 표현한다.
반면, 한국 종부세는 부담 능력과 연동된 응능세(應能稅·ability to pay tax)다. 단지 비싼 집을 가졌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많이 낸다. 내가 낸 재산세는 ‘내 재산 가치와 관계없는’ 지방에 활용된다.
미국에서 보유세가 높은 주는 거래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보 성향이 가장 강한 캘리포니아주는 보유세를 시가가 아니라 ‘취득가액 기준’으로 매긴다. 1978년 도입된 ‘프로포지션 13’이다. 취득가의 1%를 부과하되, 인상 폭은 물가 상승분에 해당하는 연 2% 이내로 묶는다. 납세자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배려한 정책이다.
한국은 그간 ‘보유세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는’ 시도를 했다. 집값이 오르면 세율과 공시가격 비율을 더 올렸다. 2017년 대비 2021년 ‘주택분 종부세’는 총액 기준 18배 증가했다. 대상자는 서울 지역 아파트 4채당 한 채로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집값은 잡지 못하고 정권교체만 이뤄졌다. 미국 보유세는 ‘편익은 크고, 조세저항은 작게’ 설계됐다. 한국 종부세는 반대다. ‘편익은 작고, 조세저항은 크게’ 설계되어 있다.
합리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첫째, 보유세와 거래세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해야 한다. 보유세를 올리려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낮춰야 한다. 둘째, 캘리포니아처럼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걷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현행처럼 시가에 연동하면 집값이 오를 때마다 세금이 자동으로 오른다. 조세저항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