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쇼크가 한국주식시장을 덮쳤다. 어제 코스피는 10% 넘게 폭락하며 6100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코스닥도 8% 가까이 급락했다. ‘검은 화요일’의 도화선은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시상장이었다. CXMT의 상장 대박이 반도체 ‘정점론’(피크 아웃)에 불을 댕겼고 한국의 메모리 패권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여기에 중국이 최근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최첨단장비 극자외선(EUV)의 바로 아래 단계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국산화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중국의 메모리 기술 수준이 한국보다 2∼3년 뒤처진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CXMT는 이미 범용 D램 시장에서 저가물량 공세로 8%의 점유율을 차지해 더는 한국의 독주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모자금 15조원은 한국이 장악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에 투입된다니 등골이 서늘하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상장을 두고 “중국 반도체 자립전략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했다. 중국이 미국 경쟁력에 필적하는 팹리스(설계)부터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장비·소재·부품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미국의 독한 제재가 외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