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권여당인 공화당 소속의 하원의원이 자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규제한 외국 정부 공무원의 입국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규제를 대표 사례로 거론했다. 법안이 실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정부의 기업 관련 정책을 입맛대로 해석해 문제 삼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쿠팡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28일 마이클 바움가트너 하원의원(워싱턴주)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우리 땅에 갈취범은 안 된다(No Racketeers on Our Shores Act)’ 법안을 발의했다. 의원실은 다음날인 23일 보도자료와 팩트시트를 통해 법안 취지를 공개했다. 법안은 미국 기업을 비미국 기업보다 더 가혹하게 조사하거나 제재하는 등 ‘경제적 차별(economic discrimination)’ 조치를 한 외국 정부 공무원에 대해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인 경우에는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법안 본문에서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으면서도 발의 배경으로 제시된 사례에 유럽연합(EU), 브라질 사례와 함께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를 제시한 점이다. 바움가트너 의원실은 팩트시트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규제를 언급하며 “한국 당국이 미국계 기업인 쿠팡을 상대로 수십 차례 조사를 벌이고 수천건의 자료 제출을 요구한 데 이어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 쿠팡 관련 중간보고서의 사실관계 오류에 대한 정정을 요구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담은 상세 설명자료를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사위뿐 아니라 반독점소위원회와 외교위원회 관련 사무실에도 같은 자료를 전달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 국무부에도 우리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법사위 측으로부터 우리 정부가 제출한 설명자료에 대한 별도의 논평이나 공식 입장을 전달받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시각차는 단순한 기업 규제 문제를 넘어 양국 간 경제·안보 현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 16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쿠팡 문제를 비롯해 이와 얽힌 한·미 안보협의 등의 사안을 논의했다. 일시 귀국해 하루 전 기자들과 만난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는 쿠팡 문제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오래 가는 이슈”라고 평가했다. 강 대사의 이례적인 일시 귀국이 쿠팡 문제·대미 투자·한·미 안보협의 등이 얽힌 양국 현안의 ‘해결책’이 쉽게 나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언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