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주류의 삶 생생한 기록”… 다큐 찍는 공무원

고양시청 근무 임대청 감독

‘쿠데타’ 미얀마 다문화 부부
고국 참상 알리는 과정 담은
‘지금, 녜인’ 12월 극장 개봉
“연민 아닌 ‘우군’ 되고 싶어”

낮에는 행정의 언어로 시민들을 만나고 퇴근 후에는 카메라 앵글에 제도가 미처 품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

 

공무원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임대청(50)씨의 두 삶은 달라 보이지만 결국 ‘사람’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임대청 미래항공팀장이 28일 “12월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 녜인’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사회적 가치를 품고 있는 비주류의 삶을 기록하고 싶어 만든 작품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양시 제공

경기 고양시 미래산업과 미래항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 감독은 오는 12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기획해 5년 끝에 완성한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지금, 녜인’이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기 때문이다.

 

‘지금, 녜인’은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에 돌아가지 못한 녜인따진·최진배 부부가 고국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과정을 담았다. 평범한 국제부부의 일상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연대와 기록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통해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임 감독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지만 되새겨보면 민주화운동은 우리의 이야기도 된다”며 “세상에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사회적 가치를 품고 있는 비주류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예술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5년 고양시 공무원이 된 그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영상홍보팀에서 근무할 당시 ‘고양시 600년 사진 공모전’을 담당하며 마주한 한 장의 사진이었다. 말리 홀트 여사가 보낸 지금은 사라진 탄현동의 ‘고아의 무덤’이었다. 사진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그는 장애인과 입양아를 돌보며 살아온 말리 홀트를 찾아갔다. 그리고 2015년 촬영을 시작해 2020년 ‘말리 언니’를 완성했다. 한 장의 사진이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다.

 

임 감독은 “한두 달 촬영으로는 한 사람의 깊이를 영상에 담을 수 없다”며 “카메라 앞의 경계가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기다린다. 다큐멘터리는 시간이 만드는 예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작품인 ‘말리 언니’는 2020년 제7회 가톨릭영화제 특별장려상, 2021년 제3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두 작품 모두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사회의 중심에서는 조명받지 못한 사람들을 담았다.

 

임 감독은 “공무원으로서 제도 안에서 도시의 발전과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는 제도만으로 닿기 어려운 사람들과 연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인 도움이나 연민이 아닌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우군’이 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도 임 감독은 공직과 영화 어느 한쪽도 놓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양시의 핵심사업인 항공우주산업과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죠. 또 영화감독으로서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겨자씨 한 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