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온실가스를 초기에 더 빠르게 줄여야 한다는 학생·시민들의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다음달 2040년과 2045년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처음으로 법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재 논의 중인 목표보다 감축 수준을 높이라는 시민 메시지가 엿새 만에 1만건 넘게 쏟아졌다.
28일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에 따르면 이들은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개정 중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들에게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지난 22일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들이 선택한 ‘조기감축 경로’(온실가스를 초반에 빨리, 더 많이 줄이는 방식)가 본래 취지대로 법률에 반영되도록 촉구한다는 취지다.
◆엿새만에 1만7000건 쏟아졌다…8월 초 국회 전달
메시지는 물밀듯 쏟아지고 있다. 창구 개설 엿새째인 이날 오후 7시 기준 1만6819건이 접수됐다. 10대 청소년부터 20·30대 청년, 학생, 교사,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시민들이 직접 국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고등학교 교사이자 주부인 A씨는 “10년째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고 무력감에 젖어있는 듯하다. 기후위기 심화로 안전한 미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진 탓일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올해 아이를 낳았다. 향후 30년 아이들의 미래가 기후특위 위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조기감축 방식을 제대로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했다.
20대 초반 청년 B씨는 “인공지능(AI)을 사용하고 많은 자원을 소모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알지만 편리함은 결국 모두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며 “AI·부동산 문제도 중요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 10대 C씨도 “10·20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할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피해와 책임은 고스란히 안게 됐다”며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메시지들은 8월 초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응원 받은 의원은?
20명의 기후특위 위원 중 가장 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은 위원은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다. 27일 기준 정 의원에게 조기감축을 촉구하고 의정활동을 응원하는 메시지 890건이 접수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864개, 이주희 의원 861개, 김정호·박지혜 의원이 각각 855개를 받았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돼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고 미래세대의 안전한 미래 또한 보장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창구를 개설하게 됐다”며 “특정 시민·환경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들 또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후특위는 22일 법안소위를 열고 204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69~80%, 2045년 목표를 84~90%로 설정하는 ‘범위형’ 감축안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는 해당 목표가 조기감축 원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올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에서 ‘조기감축 경로’가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정작 국회가 논의 중인 범위형 목표의 하한선이 온실가스를 매년 일정한 폭으로 줄이는 ‘선형 경로’에 맞춰져서다. 선형 경로는 조기감축 경로보다 초기 감축 속도와 감축량을 다소 낮춘 방식이다. 시민·환경단체는 국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 같은 안에 합의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