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스케치] ‘소년공’ 출신 李대통령·룰라, 변함없는 우정 확인…‘함박웃음’ 속 포옹

27일(현지시간) 한·브라질 정상회담에 앞서 마주한 두 소년공 출신 대통령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포옹했다. 지난달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약 한 달 만에 재회한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변함없는 우정을 확인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어 국가 연주와 의장대·군악대·기마대의 도열을 지켜보며 국빈 방문에 걸맞은 환영을 받은 뒤 정상회담을 위해 브라질리아 대통령궁 내부로 들어섰다. 양 정상은 140분간 이어진 소인수·확대회담뿐 아니라 친교 오찬, 문화공연 관람, 환영 리셉션 등 ​여러 일정을 함께하며 소년공 출신 대통령으로서의 각별한 유대감을 더욱 돈독히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에서 열린 국빈 오찬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①李 “룰라와 저는 각별한 경험 공유”…정상 간 유대감 강화

 

이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과 자신이 유사한 삶의 궤적을 지닌 점을 강조하며 친분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룰라 대통령과 저는 각별한 경험을 공유했다. 룰라 대통령의 왼쪽 손가락이 하나 없는 것처럼 저도 어린 시절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을 다쳤다”며 “왼팔을 다쳐서 현재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이것이 삶이나 또 세상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더욱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그 의무감을 언제나 생각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은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재차 포옹했고, 룰라 대통령의 제안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들고 환히 웃으며 기념 촬영을 했다.

 

이 대통령 부부는 이날 브라질리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룰라 대통령 부부가 준비한 문화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공연은 한국과 브라질 출신 예술가들의 협연으로 구성됐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우리 귀에 친숙한 브라질의 명곡 ‘이파네마의 소녀’와 브라질 국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곡이라는 ‘3월의 빗물’, 풍요와 새출발을 상징하는 ‘비야 내려라’, 우산을 함께 쓰고 동행한다는 의미를 담은 ‘나의 우산’ 등을 통해 브라질의 문화적 자부심과 따뜻한 환대를 전하고, 두 나라의 우정과 연대를 기원하는 뜻깊은 무대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또 2023년부터 상파울루 시립극장 시립합창단의 솔리스트 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니엘 리가 공연 중간 한국 가요인 ‘상록수’를 독창해 한국과 브라질 양국 청중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강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 부부는 이날 리셉션 장소로 브라질 외교부 이타마라치궁을 선정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타마라치궁에 대해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오스카 니어마이어가 설계한 브라질 현대건축의 대표작이자 외교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룰라 대통령 내외는 지난 2월 방한 당시 한국 정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따뜻한 환대에 보답하고 싶었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며 “먼 길을 찾아준 이 대통령 부부와 한국 대표단에 대한 환영과 감사의 마음도 다시 한 번 전했다”고 밝혔다.

김혜경 여사가 27일(현지 시간) 브라질리아 연방회계법원 미술갤러리에서 잔자 룰라 다시우바 여사와 예술작품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②金여사는 ‘영부인 외교’…브라질 대통령 배우자와 ‘문화’ 주제로 친교 다져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는 이날 룰라 대통령의 배우자와 함께 브라질 전통 축제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을 관람하며 친교를 다졌다. 두 여사는 양국 문화에 담긴 ‘공동체 정신’과 ‘화합’의 의미를 짚으며 ​문화가 양국을 잇는 가교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과 함께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 김 여사는 이날 잔자 룰라 다시우바 여사와 브라질리아 연방회계감사원 문화센터를 방문해 ‘빛의 축제: 대중 축제와 브라질 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관람했다고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두 여사는 전시를 둘러보며 양국 축제 문화의 공통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잔자 여사는 “브라질 전역에서 매년 6월 또는 7월 개최되는 대표적인 전통 축제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돼 있다”며 자국 축제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야외 축제 마당인 ‘테헤이루(Terreiro)’를 화려한 깃발과 모닥불 조명, 계피 향 등으로 재현한 몰입형 체험 공간을 함께 둘러봤다.

 

잔자 여사가 “축제에서는 사람들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노래하고 춤추며 수확의 기쁨을 나눈다”고 언급하자 김 여사는 “한국에도 수확기에 가족과 이웃이 음식을 나누고 풍요에 감사하는 명절인 추석이 있다”고 답했다. 김 여사는 이어 “추석에는 사람들이 둥근 원을 만들어 노래하고 춤추는 강강술래를 즐기는데, 원을 이루어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브라질의 축제 문화와 닮았다”고 말했다.

 

두 여사는 열기구 모양의 종이풍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살펴봤다. 잔자 여사가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지 않으냐고 묻자 김 여사는 “한국에도 소원을 빌며 띄우는 풍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두 여사는 소망을 담아 하늘에 띄우는 양국의 풍습에 비슷한 의미와 정서가 담겨 있다는 데 공감했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7일(현지 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관저 앞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잔자 룰라 다시우바 여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③잔자 여사 “아마존에서도 한국어 공부”…金여사 “세계가 하나로 가까워져”

 

김 여사와 잔자 여사는 브라질 내 한류 확산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주제로도 대화를 나눴다. 잔자 여사는 “브라질에서 K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며 상파울루대학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 아마존 지역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아이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배운 표현을 사용해봤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아마존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는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세계가 하나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고 답했다. 전시 관람을 마친 뒤 두 여사는 옥수수로 만든 브라질 전통 음식을 함께 맛보며 양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서도 담소를 나눴다. 김 여사는 “한국과 브라질이 서로 다른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자연의 결실에 감사하고 이웃과 기쁨을 나누는 마음은 매우 닮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러한 문화적 공감이 양국을 더욱 가깝게 잇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