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원이나 강변을 걷다 보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 하나 있다. 작은 공을 채로 쳐 홀에 넣는 파크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한때 일부 중장년층의 여가활동 정도로 여겨졌던 파크골프는 이제 전국적인 생활체육으로 자리 잡았다.
파크골프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데는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를 풀고 작은 성취감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과정이 운동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연 속에서 공을 치며 일상의 긴장을 덜어내고, 홀마다 목표한 곳으로 공을 보내며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이 파크골프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는 분석이다.
29일 생활체육계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계명대학교 문정남 체육학 박사(계명문화대 대외홍보팀장)와 스포츠마케팅학과 하제현 교수 연구팀은 파크골프 참여자를 대상으로 참여동기가 운동몰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참여동기를 흥미·건강·사교·외적과시·기술향상·스트레스 해소·성취감 등 7개 요인, 운동몰입을 주의집중·시간왜곡·즐거움 등 3개 요인으로 구분해 이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은 운동몰입의 3개 요인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나타났다. 파크골프를 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한 홀 한 홀 공을 원하는 곳에 보내는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경험이 운동에 대한 집중과 즐거움을 높인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자연환경에서 이뤄지는 반복적이고 리듬감 있는 신체활동이 심리적 회복을 촉진하고, 홀마다 쌓이는 성취 경험이 자기효능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파크골프가 단순한 여가를 넘어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을 돕는 ‘힐링 스포츠’로 기능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반면 외적과시 동기는 양면성을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비교 우위를 드러내려는 욕구는 주의집중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운동 자체의 즐거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수록 순간적인 집중력은 높아질 수 있지만, 정작 활동 본연의 재미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경쟁보다 함께 즐기는 경험을 중시하는 파크골프의 특성과도 맞닿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팀이 파크골프 참여자 438명을 대상으로 참여동기가 참여 만족과 행동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참여 만족에는 ‘흥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건강’은 만족보다 운동을 지속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려는 행동 의도에 강력한 변수로 작용했다.
실제 건강·사회적 효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 파크골프를 처음 접한 노인 40명을 대상으로 8주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외로움, 사회적 지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시간에 따른 유의한 변화가 나타났다. 표본 규모가 크지 않고 대조군이 없는 연구라는 한계는 있지만, 파크골프가 신체활동을 넘어 정신·사회적 건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이 같은 복합적인 효과는 파크골프의 폭발적인 성장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한파크골프협회 등록 회원은 2020년 4만5478명에서 2025년 22만9757명으로 5년 사이 약 405% 증가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참여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파크골프 인구는 6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설도 늘었지만 사람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2019년 226곳에서 2024년 411곳, 2026년 1월 564곳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반면 회원 수는 같은 기간 약 5.1배 늘었다. 회원 증가폭은 약 405%, 시설 증가폭은 약 150%로, 사람은 시설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파크골프 열풍이 단순히 시설 확충에 따른 결과라기보다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커진 현상이라는 의미다.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평균 이용료는 약 5000원 수준이고, 전국 파크골프장의 63.6%가 하천·강변에 조성돼 생활권에서 접근하기 쉽다. 코스는 18홀 40.3%, 9홀 35.4%로 구성돼 시간과 체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낮은 비용과 접근성이 입문을 쉽게 했다면, 한 번 시작한 사람들이 계속 채를 잡게 만든 것은 흥미와 몰입, 건강이라는 세 가지 동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파크골프의 다음 과제는 시설 숫자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계속 참여하게 만드는 콘텐츠가 중요해질 수 있다. 연구팀도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을 높이는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과 참여자 간 유대감을 높이는 커뮤니티 중심 운영을 제안했다. 건강 동기가 지속 참여의 핵심인 만큼 건강 지표 관리 서비스를 연계한 ‘건강 증진형 파크골프 운영 모델’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