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꿈의 모종을 정식하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청년 농업인과 미래 농식품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세계일보는 예비 창업농인 학생들이 농어업부문 전문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성장, 시행착오와 배움, 농업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고를 싣습니다.

 

나는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뒤, 작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돼 올해로 2년차가 된 청년농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4300평 규모의 이중 단동 하우스 위에서 나만의 농업을 일구고 있다. 이 기반은 작년과 올해 후계농 자금을 통해 마련한 것이다. 돌아보면, 막막했던 출발선 위에 서 있던 나에게 학교를 졸업한 이후 하나둘씩 기회가 찾아왔고, 아버지와 주변의 따뜻한 도움 덕분에 나는 비로소 꿈을 펼칠 무대를 얻게 됐다.

 

나는 이 글을 통해 한농대 졸업생으로서 느낀, 우리 학교만의 특별한 가치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농업을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작은 방향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오가영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인연’이다. 2학년 때 참여했던 현장실습은 단순한 실습을 넘어, 농업 인생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장기현장실습을 했고, 그 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졸업 이후에도 여전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 청년농으로서 부딪히는 수많은 고민 앞에서 그분들은 기꺼이 길잡이가 돼 주었고,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더 넓은 배움의 기회도 함께 찾아왔다.

 

두 번째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네트워크다. 한농대에서 만난 동기들과 선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이 끊임없는 자극이 됐고, 때로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됐다. 특히 후계농자금 문제로 막막했던 순간, 학과 선배의 조언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세 번째는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해외 단기 연수는 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놓았다.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면 선진 농업 현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연수를 다녀온 것은 신의 한 수 같다. 책으로 배우는 지식도 분명 중요하지만, 직접 보고 겪은 경험만큼 깊이 남지는 않는다. 영농 또한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부딪혀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실력을 쌓아갈 수 있다. 한농대에서의 3년은 그 과정을 조금더 현명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되어준 것은 교수님들의 지도였다. 전문적인 농업지식을 가지신 교수님들의 조언은 내가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주었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결국 3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배움의 기간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에 따라, 꿈을 시작할 수 있는 무대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른 시작점에 서 있다. 올해 4월 14동의 하우스에 수박 모종을 정식했다.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대출을 갚아야하고, 나의 삶에는 곧 새로운 생명이 찾아온다.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지만, 이상하게도 두렵기보다 기대가 앞선다.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내가 만들어갈 앞으로의 시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한농대를 통해 나의 꿈은 비로소 시작됐다고.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졸업생 오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