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는 ‘K-푸드’ 업계가 ‘할랄 인증’ 획득에 주력하고 있다. 3억명에 달하는 동남아 무슬림 소비층 형성으로, 할랄 인증을 현지 유통망 진입을 위한 ‘첫 단추’로 본다.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하는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원재료부터 제조·가공·보관·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이 무슬림 소비자에게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돼지고기 등 사용 여부뿐 아니라 원료 출처와 생산 공정, 교차오염 방지, 물류 관리까지 확인하는 만큼 엄격한 관리 체계를 요구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할랄 인증 식품을 ‘건강식’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초콜릿 등도 인증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는 있다.
29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 싱가포르에 1호점을 내는 맘스터치는 싱가포르 할랄 인증인 MUIS와 교차 인증되는 KMF(한국이슬람교중앙회) 인증 취득으로 현지 진출을 확정한 데 이어 JAKIM(말레이시아), MUI(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동 시장을 잇는 주요 글로벌 할랄 인증 획득을 추진 중이다.
맘스터치는 소·돼지고기보다 상대적으로 닭고기의 종교적 장벽이 낮고 가격 부담이 적다는 면에서 이른바 ‘맘세권’ 확장 가속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약 16%가 무슬림인 싱가포르 시장에서 현지 운영 경험과 인증 노하우를 축적하고, 향후 중동 지역 등 20억명 규모의 이슬람권 소비시장 공략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의 여러 기업은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섰고, 후발 주자들도 계속해서 가세하고 있다. 삼양식품과 농심·BBQ 등은 일찌감치 국가별 기준에 맞춘 할랄 인증 제품을 앞세워 동남아 시장을 확대했고, 홍삼과 김·두유 등도 대표적인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외식업계가 주목하는 동남아에는 전 세계 약 20억명으로 추산되는 무슬림 중 3억명가량이 거주한다. 미국 전체 인구수와 맞먹는 수준인데, 동남아로 진출하는 관련 기업에 할랄 인증 집중은 시장을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자 첫 단추로 평가된다.
기업들의 인증 취득은 현지 무슬림 소비자들의 민감도와도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 2월 할랄 시장 주요 5개국(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소비자 1200명 대상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8.8%가 제품 구매 시 할랄 인증을 필수 요소로 꼽았다.
특히 20~30대에서는 그 비율이 82.0%까지 높아졌으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의 인증 민감도는 중동 국가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조사에서도 국내 수출기업들이 ‘할랄 인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배경이다.
동시에 할랄 인증 획득 과정은 기업들에게 하나의 문턱으로 작용한다. 특히 외식 기업은 할랄 방식으로 도축한 육류 공급망을 따로 확보해야 하는 등 가공식품에 비해 공정 관리가 까다롭다. 국가 간 상호 인정(교차 인증) 제도가 있지만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목표 시장에 따라 별도 인증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할랄 인증 추진은 시장 진입을 위한 필수 투자라는 판단이다. 인증 자체가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증이 없으면 현지 유통망 입점이나 거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 업계는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외식기업 관계자는 “할랄 인증 취득에 들이는 비용은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할랄 시장의 막강한 성장성과 시장성에 주목한 외식 기업들이 인증 취득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현지에서 할랄 인증은 식품 안전성을 증명하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할랄 시장을 ‘K-푸드’ 수출 확대의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로 보고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스톱 K-푸드 수출지원허브’로 관세와 통관·인증 등 수출 전 과정을 지원하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인증 취득 지원과 국가별 규제 정보 제공 등을 강화하며 기업들의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K-푸드’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과제는 할랄 인증 취득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국가별 소비 특성과 유통 구조, 가격 경쟁력까지 함께 갖춘 현지화 전략 완성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