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폭락했던 코스피가 29일에도 6% 가까이 미끄러지면서 6천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국내증시 급락세에 이틀 연속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 대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와 20분간 매매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양 시장에 대한 서킷브레이커가 연이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서킷브레이커는 거래소가 코스피 혹은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황이 1분간 지속될 경우 '1단계'로 발동되는 시장 냉각 장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기록한 전고점(장중 9,385.59)에서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약 40% 내린 수준이다.
전날 10.84% 폭락한 것을 합치면 지난 27일(6,755.75)부터 이틀 동안 총 1,092.51포인트(16%)나 빠진 셈이다.
이날 지수는 전장 대비 65.45포인트(1.09%) 오른 6,089.11로 출발해 장 초반 한때 6,228.52(3.40%)까지 회복했다. 다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더니 하락전환해 5,262.77(-12.63%)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급락세에 오전 10시 55분께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이후 하락세가 급물살을 타자 낮 12시 32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그러면서 일중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965.75포인트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지난달 23일 기록한 971.61포인트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장중 다시 90선을 상회했다. VKOSPI는 전날보다 5.23% 오른 87.79로 마감했으며, 장중 93.27까지 뛰었다.
개인 투자자는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했지만, 이날은 순매도로 돌아섰다.
장마감 시점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천655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도 장 초반과 달리 '팔자' 전환해 1조2천300억원 순매도다. 반면 기관은 홀로 3조1천576억원 매수 우위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는 3천10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이날 국내 증시는 전날의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에 상승 출발했지만, 반도체 관련 우려가 잔존하는 상황 속 장중 하락전환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군이 중동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자 전날까지 급락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장중 3∼4%대로 오르며 80달러선을 웃돌았다. 이에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중부사령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 동부시간 오늘 오후 5시45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부대가 이란에서 중동의 미군 기지를 기습 공격하려 다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특히 개장 전 발표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지만 시장 기대치에 미달하자 반도체 투심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0조5천4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7.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63조5천526억원을 4.7% 하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79조3천18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추가 공급 요청도 잇따르고 있고, 이들 투자가 AI 서비스에서 창출한 수익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10여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으며, 주요 고객들과 추가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000660](-9.61%)는 140만1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1%대 강세 출발했지만, 장중 하락전환후 124만6천원(-19.61%)까지 철푸덕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달 세운 사상 최고가(298만7천원·6월 25일)로 300만원에 바짝 다가갔지만, 현재는 그에 비해 53% 이상 내렸다.
삼성전자[005930]는 5.23% 내린 20만8천500원이다. 지난달 19일 전고점(37만4천500원)을 기록한 이후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44% 넘게 조정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14.00%까지 폭락하며 18만9천200원을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국내 증시의 하락 원인으로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하회와 주주환원 기대 약화, 미-이란 협상 불확실성 재확대 등으로 규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보다는 어제 (코스피가) 10%대 급락한 이후 오늘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로 하여금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 셀링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 오늘 폭락의 본질"이라고 짚었다.
또 "여기에 단일종목 인버스 상품의 거래가 폭발하고 있는 것도 부차적인 변동성의 출력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등 트리거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오히려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매성 매물이 출회됐다"며 "부진한 주가 흐름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순매도가 확대됐고 패닉셀이 이어졌다"고 봤다.
특히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10여개 고객사와 LTA를 체결하고 계약 기간은 기본 5년으로 설정했으며 가격은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는 구조라고 밝혔다"면서 "마이크론과 다르게 명확하지 않은 설명으로 반도체 업황 우려가 잔존했고,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며 실망감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SK스퀘어[402340](-8.11%), 삼성전기[009150](-7.63%), 현대차[005380](-2.88%), LG에너지솔루션[373220](-4.3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4.52%) 등 대다수가 내렸다. 셀트리온[068270](1.47%), 현대모비스[012330](1.14%), 우리금융지주[316140](-0.94%) 등 일부는 강세로 급락장을 면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9.05%), 의료·정밀기기(-7.73%), 전기·전자(-7.37%) 등을 필두로 거의 모든 업종이 약세였다. 음식료·담배(1.31%)만 유일하게 올랐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날의 급락(-7.72%)에 이어 이날도 43.17포인트(6.12%) 내린 662.68로 마감했다.
지난 4월 27일 기록한 올해 코스닥 장중 고점(1,229.42) 대비로는 46% 급락했다.
지수는 7.86포인트(1.11%) 오른 713.71로 개장했지만, 이후 하락 전환해 700선을 밑돈 채 마감했다. 장중 한때 630.99(-10.61%)까지 밀리기도 했다.
급락세에 코스닥 시장에서도 전날과 같이 오전 중 매도 사이드카가 울렸다. 이후 낮 12시께 서킷브레이커가 이어 발동되면서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까지 이틀간 102.18포인트(13%) 내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홀로 4천576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천71억원과 1천469억원 매수 우위였다.
알테오젠[196170](-4.72%), 에코프로[086520](-7.29%), 에코프로비엠[247540](-9.04%), 주성엔지니어링[036930](-9.86%) 등이 급락했으며,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2.50%), HLB[028300](2.80%), 파마리서치[214450](4.13%)는 올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48조9천41억원과 6조4천54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 거래대금은 총 26조1천92억원이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