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세계 무대 곳곳에서 여전히 태극기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 최근 패션 브랜드 의류에 ‘엉터리 태극기’가 그려진 데 이어 국제행사와 해외 매체에서도 관련 오류가 잇따라 확인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K-컬쳐의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씁쓸한 ‘태극기 디자인 참사’를 짚어봤다.
◆ 패션 업계서 반복되는 태극기 논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8일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리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글로벌 브랜드 슈퍼드라이 공식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인 ‘서울 해태 그래픽 티셔츠’에서 건곤감리 문양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티셔츠 등판에는 ‘Seoul(서울)’, ‘KOREA(대한민국)’ 문구와 해태 그림, 건곤감리 문양이 들어갔다. 이때 실제 태극기와 비교해 보면 오른쪽 하단에 3개의 음효(--)로 이뤄져 있어야 하는 ‘곤’ 위치에 왼쪽 상단 ‘건’과 같은 양효(─) 3개를 그려 넣었다.
슈퍼드라이 국내 운영사인 폰드그룹은 “해당 상품을 2025년 10월 출시한 후 그래픽 오류를 확인해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며 “출시 약 3개월 후부터는 수정된 상품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슈퍼드라이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하면 ‘상품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며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패션 브랜드의 태극기 오류는 4괘만이 아닌 태극 문양에도 있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뉴발란스는 지난 24일 태극기 변형 논란이 불거진 티셔츠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UNI NB 건곤감리 익스클루시브 반팔티’라는 이름으로 판매된 티셔츠는 태극기 상단에 위치해야 할 태극 문양의 빨간색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디자인돼 일부 소비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뉴발란스 측은 “디자인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전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이념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의도와 관계없이 국가를 상징하는 문양을 세심하게 다루지 못했고 그 결과 많은 분께 실망과 우려를 드렸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과했다.
뉴발란스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외국인 관광객 등 국내외 고객에게 한국과 서울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2024년 8월21일 개발에 착수한 뒤 수차례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해 11월21일 디자인을 확정했으며 지난 1월2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판매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미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는 구매 경로와 상관없이 환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 올림픽에도 퍼진 ‘엉터리 태극기’
이 같은 태극기 변형 사례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제행사에서도 발생했다. 지난 2월에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시상식에서는 잘못 제작된 태극기가 게양됐다. 문제의 태극기는 해당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임종언 동메달), 쇼트트랙 남자 1500m(황대헌 은메달), 쇼트트랙 여자 1000m(김길리 동메달),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최민정·김길리·노도희·심석희·이소연 금메달) 시상식에서 사용됐다. 시상대에 걸린 태극기 모두 태극 문양의 각도가 기울어져 있었다.
이에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공식 항의하고 시정을 요청했다. IOC 및 조직위원회는 검수가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다. 다음날 진행된 쇼트트랙 여자 1500m(김길리 금메달, 최민정 은메달)과 쇼트트랙 남자계주 5000m(황대헌, 이정민, 이준서, 임종언 은메달) 시상식에서는 올바른 태극기가 게양됐다.
국제행사에서도 실수가 발생하는 만큼 태극기 오류 등 부정확한 한국 정보는 해외 매체에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한국바로알림서비스’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의 문화·관광 정보 매체인 ‘소르티르 아 파리(Sortir à Paris)’는 2024년 8월19일 흰색 바탕에 ‘South Korea’라고 표기한 데다 태극 문양의 좌우가 뒤바뀌고 4괘가 모두 감괘로 그려진 왜곡된 태극기 사진을 게재했다.
이같은 오류를 신고할 수 있는 ‘한국바로알림서비스’에는 2016년 9월 출범 이후 29일 현재까지 총 2만120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해당 서비스는 해외에 잘못 알려진 한국 관련 정보를 바로잡고 문화·역사·생활·정책 등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국제사회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보할 수 있다.
서 교수는 “고의가 아닌 실수겠지만, 각 나라의 국가적 상징물을 디자인으로 활용할 때는 반드시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류가 전 세계에 널리 퍼지면서 향후 한국에 관한 디자인을 더 많이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비자들이 잘못된 디자인을 발견하면 건전한 비판을 통해 빠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