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오랜 법관념 중 하나로 ‘친친상위(親親相爲)’가 있다. 부모와 자식, 부부 등 가까운 친족 간에는 서로의 범죄를 덮어주고 숨겨주는 것이 인륜과 도리에 부합한다는 사상이다. 조선 시대 형법인 ‘경국대전’이나 ‘대전회통’에도 친족 간의 고발을 엄격히 금지하고, 서로 감싸주는 행위를 형벌에서 면제하거나 감경해주는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인지상정을 법이 무리하게 가로막을 수 없다는 ‘인간적인 배려’였던 셈이다.
현행 형법은 범인의 친족이 범인을 은닉시키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할 때 처벌을 면제해주는 친족 특례를 두고 있다. 현재 친족은 민법상 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돼 있다.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된 친족 특례는 범인의 친족까지 범법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도 친족 특례를 두되, 판사에게 판단 권한을 넘겼다. 반면 영미권은 엄격하다. 가족이라도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면 사법방해죄로 다스린다. 프랑스는 친족을 숨겨주는 행위만 처벌을 면제하고, 증거를 적극 인멸할 땐 친족이라도 처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