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악한 상담직 처우… 자살 긴급대응 잘 될까

지난 2월 19일 서울 한강북단 하류 ‘SOS 생명의 전화’ 모습. 유희태 기자

그제 국무회의에 보고된 ‘자살 긴급대응 강화방안’의 골자는 자살 시도 등 위험 발생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위기 포착부터 치료, 일상 복귀까지 끊김 없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근무하는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해 범국가 차원의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방향성은 맞지만 일선에서 지원을 실천하는 상담직, 사회복지사 등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심층적인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 환경 조성에 힘쓰지 않는다면 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돌아갈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 자살예방 상담전화(109)의 상담원을 기존 103명에서 10월 말까지 200명 수준으로 늘려 위기 포착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전원이 무기계약직인 상담원들이 오히려 전문성 강화를 위한 ‘고용 위기’ 해결을 요구해온 실정이다. 감정 소모 등 업무 스트레스도 커 작년만 해도 상담원 16명이 그만둬 퇴사율은 15%에 달했다. 잦은 사직은 남은 이들의 업무 부담을 높여 퇴사 도미노를 불렀다. 복지부는 장기근속 유도를 위해 수당체계를 개편하고 소진방지 프로그램과 역량강화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내년에 수당과 인센티브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반드시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또 자살 시도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이들을 관리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2027년까지 103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보통 응급실에 설치되는 이 센터에서 자살을 시도한 이들을 상담하고 돌보는 사회복지사 중 82%(작년 기준)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전전하다가 2년마다 직장을 옮겨야 하는 처지다. 현장을 익히고 환자와 신뢰가 쌓일 즈음 계약이 종료된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사회복지사가 접하는 자살 시도자 다수는 상담이나 다른 기관 연계를 거부한 채 병원을 떠났다가 얼마 후 재시도로 재입원하곤 한다. 상담 등을 받으려면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공 동의서에 서명해야 하는데, 자신의 자해나 자살 시도가 기록으로 남을까 두려워 외면한다는 후문이다.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진료를 받고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출산제와 같은 대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자살 시도자는 일반인에 견줘 자살률이 25배 높은데, 자살 유족도 22.5배나 된다. 정부는 지난해 자살 유족 지원사업에 예산 2억2000만원을 배정했다. 상담 등을 통해 2787명 지원에 그쳤는데, 한 해 최대 14만명의 유족이 발생하는 현실에 비할 바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