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날아갈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29일 찾은 이온몰 구마모토는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온몰은 전날 오후 4시27분 규모 7.1의 강진 후 폭발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차량 5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야외 주차장에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이 모여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물 중앙 부근은 외장재가 모두 떨어져 나가고 철골이 드러나 있었다. 현장 주변은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진이 일어난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건물들은 내진 설계가 비교적 잘돼 있지만, 그러나 규슈 지역에서도 면적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이곳 이온몰과 굴뚝이 무너져 내린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 등 곳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본 정부 집계 결과 29일 오후 4시30분 현재 사망자는 13명, 심정지 상태 환자가 5명이었다. 생사를 알 수 있는 실종자 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인명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이온몰에서는 3명이 사망했고, 1명이 심정지 상태이며, 4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야쓰시로 공장 내부에 갇혔던 11명 중 5명이 사망했고, 2명이 다쳤다. 아직 구조되지 않은 4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야쓰시로 주택가에서도 1명이 사망했고, 고사마치, 히카와마치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며 “전력을 다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진 발생 후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수색·구조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일본 자위대는 대원 4600명을 구마모토현에 파견해 실종자 수색 및 구난 작업에 나섰다. 경시청도 재해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 구조대원과 헬리콥터를 구마모토현으로 보냈다.
당국은 이온몰 폭발·붕괴 원인 조사에도 착수했다. 건물 내 가스나 공조 설비 등이 강한 진동으로 손상돼 가스가 새어 나왔고, 뭔가의 이유로 불이 붙어 폭발했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온몰은 슈퍼마켓과 상점가, 영화관 외에도 식당가가 있어 LP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폭발 원인은 좀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가스가 샜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조리용 LP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구마모토 시내는 곳곳에 건물이 무너지거나 금이 가 있고, 갈라져 단차가 생긴 도로도 적지 않았다. 주민들은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 불안과 불편을 호소했다. 일본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구마모토현 내 9만명 이상에게 긴급안전확보 지시가, 26만여명에게는 대피 지시가 내려졌다. 구마모토현 등에서 8만4000가구가 단수됐고, 3만69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피난소 450곳에 7700여명이 피난 중이지만, 정전과 단수로 대피소마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일부 주민은 학교 운동장에서 차박을 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지진이 덮친 순간 생사의 갈림길을 느꼈다”며 “편의점과 주유소도 문을 닫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교통마비는 극심했다. JR규슈는 신칸센 운행을 멈췄고, 구마모토 시내 전철은 평소보다 속도를 낮춰 달렸다. 도쿄와 구마모토를 오가는 일본항공(JAL) 항공편 11편이 결항하는 등 하늘길 운항도 일부 중단됐다. 산업계도 타격이 작지 않다. TSMC 1공장은 강진의 영향에 대해 정밀 조사 중이고, 진행 중인 2공장 공사는 중단했다. 도요타자동차는 구마모토현 인근 후쿠오카현에 있는 3개 공장의 가동을 31일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은 구마모토 내 완성차 및 반도체 제조 장비 공장도 이틀째 가동을 멈췄다며,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0년 전에도 지진을 겪었던 주민들은 여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도 4월14일 규모 6.5 지진에 이어 28시간 뒤 규모 7.3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커졌었다. 이번 지진도 10년 전 움직였던 히나구 단층이 다시 활성화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안전한 대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어제부터 식량과 물, 골판지 침대나 화장지 같은 필수품, 에어컨이나 발전차 등을 대피소에 지원하는 데 적극 힘쓰고 있다”며 “피해 지역에 무더위가 계속되는 만큼 열사병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미를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엑스(X)에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리더십 아래 일본 정부와 국민이 힘을 모아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고 일상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