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요즘, 우리를 지치게 하는 더위가 기어코 기록을 깼다. 경남 양산 기온이 40.3도까지 치솟으며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 역시 38.8도를 기록해 1904년 관측 이래 122년 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같은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겹치는 열돔 현상이 발생한 결과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3년 연속 40도를 넘는 폭염이 나타났다. 또 이례적으로 평가받던 7월 40도 기록도 2년 연속 발생했다. 현재의 극한 더위는 다음 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양산 40.3도 돌파와 잦아진 극한 폭염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양산 기온은 29일 오후 3시 26분에 40도를 넘어섰고 오후 3시 34분에는 40.3도에 도달했다. 해가 지기 전이어서 기온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는 2008년 12월 양산 지역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26일 39.3도를 기록하며 종전 최고 기록을 넘어선 지 불과 사흘 만에 또다시 신기록을 썼다. 특정 하루의 기온 상승을 넘어 40도에 육박하는 날 자체가 잦아지면서 폭염이 일상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해양성 기후 부산도 122년 만에 38.8도 최고치
같은 날 오후 2시 56분 부산기상관측소 기준 기온은 38.8도까지 상승했다. 1904년 4월 부산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2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6년 8월 14일의 37.3도였다. 부산 북구 지역은 한때 39.0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은 바다와 인접해 해양성 기후를 띤다. 바다는 육지보다 열을 천천히 흡수하므로 여름철 낮 기온이 내륙보다 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이중 고기압이 만든 강력한 더위는 바다의 온도 조절 효과마저 무력화하며 기록을 경신하게 만들었다.
부산 인근 김해 기온도 38.6도까지 올라 2008년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강원 속초 등 동해안 지역 역시 36.6도까지 치솟아 1968년 이후 7월 기온 중 두 번째로 높았다.
◆ 역대 최다 열대야와 늘어나는 온열질환자
낮에 달궈진 공기가 밤에도 식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는 7.8일로 집계됐다. 이는 폭염이 극심했던 1994년의 7일을 넘어선 같은 기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에 따른 인명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5월 중순부터 이달 27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482명이며 추정 사망자는 9명이다.
감시가 시작된 지 두 달 남짓한 기간에 환자 수가 무려 1500명에 육박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 두 겹의 고기압이 만든 열돔과 푄 현상
기록적인 폭염의 근본 원인은 한반도 상공에 두 겹으로 형성된 고기압이다. 하층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고온 다습한 남서풍을 지속해서 유입시키고 있다.
상층에서는 티베트고기압이 뚜껑처럼 한반도를 덮고 있다. 이로 인해 유입된 열이 대기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돔 현상이 발생했다.
5㎞ 상공에서도 고기압성 순환이 명확히 관측된다. 고기압권 내부의 하강 기류로 인해 구름이 생성되지 못하면서 강한 햇볕이 지표면을 직접 달구고 있다.
여기에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푄 현상까지 겹치면서 동쪽 지역의 기온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러한 기압계의 구조적 고착화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와 맞물려 여름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 다음 주까지 극한 폭염 지속 및 13호 태풍 돌핀 변수
현재의 열돔 구조를 해소할 만한 기압골 이동은 당분간 관측되지 않는다. 기상청은 다음 주까지 극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다음 달 2일부터 7일까지 전국 낮 기온은 33도에서 39도 사이를 오르내릴 전망이다.
한 가지 기상 변수는 제13호 태풍 돌핀이다. 돌핀은 29일 0시 기준 괌 동쪽 2700㎞ 부근에서 서북서진하고 있다. 기상청 예측 모델 다수는 다음 주 후반 일본 남쪽 해상까지 북상할 것으로 모의하고 있다.
태풍이 한반도 주변 기압계를 흔들 경우 폭염이 장기화하거나 반대로 비를 뿌리며 기온을 낮출 수 있다.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는 만큼, 온열질환에 대비하여 수분 섭취와 휴식 등 각별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