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걸어 복기한 임시정부의 궤적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이창희 지음한국학술정보(드루)/1만9800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생존과 고뇌의 현장을 직접 추적한 역사 기행서가 나왔다.

 

이창희 지음한국학술정보(드루)/1만9800원

신간 ‘붉은 벽돌에 독립을 새긴 사람들’ 저자는 근현대사가 정치적 이익에 맞춰 가공되는 현실에 질문을 던지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중국 전역 11개 도시를 직접 걸었다.

 

상하이의 초라한 골목길 청사에서 출발해 자싱의 김구 피난처, 항저우, 전장, 난징, 창사, 광저우, 류저우, 구이린, 치장 그리고 광복을 맞았던 마지막 충칭에 이르기까지 일제의 칼날을 피해 옮겨 다녔던 수만 리 사선의 궤적을 치열하게 누볐다.

 

이 책은 교과서나 박물관 유리관 속에 갇힌 ‘거룩한 영웅’의 신화를 한 꺼풀 벗겨낸다. 그 자리에 매일 밤 끈질긴 추적과 생존의 공포에 시달리고 당장 내일의 굶주림 앞에서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올려놓는다. 100년 전 그들이 느꼈을 결핍과 두려움, 그럼에도 어둠 속에서 전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날것 그대로의 감정과 언어로 전달한다.

 

특유의 집요함이 돋보이는 현장 추적 서사도 인상적이다. 중국 당국의 통제로 촬영이 금지된 구역을 통과하거나 유적지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막다른 길에서 현지 관공서를 직접 수소문하며 부딪친 기록들은 한 편의 잘 짜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상하이 청사에만 매몰되지 않고, 타국의 외딴 묘역에 가명으로 외롭게 묻힌 이덕삼 열사처럼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인물과 공간을 조명하며 오늘날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의 진정한 책무를 묻는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교과서 속 박제된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가 아닌 어둠 속에서도 전진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고뇌를 마주할 것이다. 이념적 대립 속에 혐오와 분열이 가득한 오늘날, 국경을 넘어 이들의 연대를 조명한 대목은 우리에게 더 넓은 연대의 의미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