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고등학생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폐기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현직 경찰 간부가 경찰 내부망에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북교사노동조합은 학생과 경찰관 아버지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주 지역 한 파출소 소속 A경감은 최근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한 가족과 인간을 짓밟는 보여주기식 하명수사”라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압수수색과 증거인멸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해당 글에서 A경감은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수업 중 여교사의 뒷모습을 촬영하려 했으나, 촬영된 영상은 없었다”며 “학교 징계를 받은 뒤 피해 교사가 고소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고 적었다.
이어 “최근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부부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며 “아들의 행동을 알게 된 뒤 충격을 받아 휴대전화를 부수고 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보여주기식 수사로 가족 전체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A경감은 또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해 가족을 수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피의자 인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내부 경찰관들에게 당부했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해당 글이 피의자인 아들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피해 교사에 대한 언급보다 증거인멸 수사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데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찰이 일반 형사사건의 1차 수사와 수사 종결 권한을 행사하는 수사기관인 데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앞서 전북경찰청은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경감은 고등학생인 아들이 여교사를 상대로 불법 촬영을 시도한 사실을 알게 된 뒤 휴대전화를 파손·폐기하는 등 사건 관련 증거를 없앤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A경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확보했으며, 관련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경감의 증거인멸 의혹은 경찰청이 광주 지역 장윤기 수사 비위 의혹 이후 경찰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전수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친족도례 규정에 따라 직계혈족을 위한 증거인멸 행위는 처벌이 제한될 수 있지만,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입건과 수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피해 여교사의 고소로 진행된 A경감 아들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은 전주완산경찰서 수사를 거쳐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됐다.
이와 관련해 전북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가해 학생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경찰관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학생의 불법 촬영 행위와 경찰관 아버지의 휴대전화 파손·폐기 의혹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범죄이자 교육활동 침해”라며 “공권력을 가진 가족에 의해 사건이 은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로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교육청과 전북경찰청에 피해 교사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경찰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결과 공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