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레버리지 투자비중 20% 이내 제한 검토…거래비 부담도 가중

금융당국 긴급 시장 점검회의

예탁금 대폭 상향 이어 강력 대응
김용범 “레버리지 탓 만은 아냐”

이틀 연속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개인별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총량 관리에 나서겠다고 29일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되는만큼 당국이 직접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과 ‘긴급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대책을 내놨다. 참가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인한 쏠림이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이억원 금융위원장, 구 부총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재정경제부 제공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8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 중인 브라질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지난 2∼3개월 (나타난 큰 변동성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며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및 사업 모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회의적 시선과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날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놓은 대책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따른 증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먼저 정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해 투자 규모를 관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제한 수준을 못박진 않았지만, 그 예시로 개인의 총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도한 거래 행태를 제한하기 위한 거래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안도 내놨다. 선물시장에서 운영 중인 ‘과다호가부담금’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 재정경제부 제공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제도를 참고해 긴급 상황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들 조치는 즉시 추진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투자할 때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는데, 이 조치는 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반적으로 (현재 보완책이) 꽤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희들은 계속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필요할 경우 추가로 예탁금을 올리거나 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의 손실금액이 56조원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의 모하메드 아파바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딩 전략 헤드는 전일 기관투자자 대상 시장 보고서에서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22일 약 525억달러(약 76조37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190억달러(약 27조64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파바이 헤드는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이 고점 대비 약 335억달러(약 48조7000억원) 감소한 이후에도 62억달러(약 9조200억원) 규모의 신규 설정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의 누적 손실은 약 5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손실률은 전일대비 8~20%를 기록했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2종을 제외하곤 14종 전부가 손실 중이다. 상장일(지난 5월27일)로 범위를 넓히면 손실률(28일 기준)은 6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