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증’은 예측할 수 없는 자극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뜻한다. 운집한 원형에 두려움을 느끼는 ‘환 공포증’이나 깊은 바닷속 미지의 공간을 두려워하는 ‘심해 공포증’ 등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공포증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가수 빽가와 희극인 심진화 등이 겪었던 ‘고양이 공포증’부터 생소한 ‘춤 공포증’까지, 알고 보면 신기하고 다채로운 ‘이색 공포증’의 세계를 짚었다.
◆ ‘고양이 공포증’ 호소했던 유명인들
‘고양이 공포증(Ailurophobia)’은 고양이 자체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거나, 고양이의 행동 양식에 거부감을 호소하는 공포증이다.
가수 빽가는 2012년 JTBC 프로그램 ‘신의 한 수’에 출연해 고양이 공포증이 있다고 고백 한 바 있다. 방송에서 빽가는 공포증의 원인이 된 과거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어린 시절 고양이 8마리가 방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자다가 인기척에 눈을 떴는데 고양이 8마리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며 “엄마를 찾으며 울다가 기절해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후 TV에 고양이가 나오면 고개를 돌려 채널을 빠르게 바꾼다”고 말했다. 과거 집 안에서 겪은 충격적인 조우가 고양이에 대한 공포로 자리 잡은 셈이다.
희극인 심진화도 2016년 채널A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해 고양이 공포증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이 공포증은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로마 제국의 기틀을 닦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겪었다.
나폴레옹의 부관은 나폴레옹의 방 안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와 비명소리를 듣고 온통 땀범벅이 된 나폴레옹이 몸을 벌벌 떨면서 칼로 커튼을 마구 헤집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커튼 뒤에 숨어 있던 고양이를 보고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는 이야기다.
◆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와 ‘단추 공포증’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는 공식 석상에서 검은색 터틀넥과 청바지 차림을 즐겨 입었다. 단순히 옷을 고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독특한 취향을 두고 ‘단추 공포증(Koumpounophobia)’과 연관 짓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단추 공포증은 단추의 질감, 구멍, 표면의 느낌에 극심한 불안과 거부감을 느끼는 희귀 공포증이다. 사람에 따라 금속보다는 플라스틱 재질의 단추에 더 큰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스는 옷에 달린 단추는 물론, 당시 휴대전화와 각종 전자기기에 무수히 박혀 있던 기계식 버튼(키패드)도 유독 혐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이런 성향과 버튼 없는 아이폰의 탄생 배경을 조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제품 디자이너들에게 물리적 버튼을 최대한 배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일각에서는 이런 성향이 애플 특유의 미니멀한 터치스크린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거울 속 또 다른 나를 향한 시선… ‘거울 공포증’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밤이 되면 거울을 천으로 가려 놓거나, 집 안에 거울을 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울 공포증(Eisoptrophobia)’ 때문이다.
거울 공포증은 단순히 귀신이나 기괴한 미신을 두려워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 공포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거울 속 자신이 또 다른 자신처럼 느껴져 섬뜩한 느낌이 든다거나, 거울 너머에 있는 자신의 존재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즉 ‘시선’을 느끼며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인증’과도 연관된다.
◆ 숏폼 시대의 또 다른 소외감… ‘춤 공포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댄스 챌린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지만, 누군가에게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행위 자체가 고문이자 공포다.
‘춤 공포증(Chorophobia)’은 단순히 몸치여서 부끄러워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타인에게 자신의 신체적 움직임이 평가받거나 희화화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불안감, 그리고 음악의 리듬과 자신의 신체 감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춤을 춰야 하는 파티나 행사장에 가면 식은땀을 흘리거나 호흡곤란을 겪고, 다른 사람이 춤추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 공포증은 왜 생기는 걸까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공포심을 느끼는 증상은 발작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공포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과거에 겪었던 강렬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꼽힌다. 어린 시절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서 느꼈던 충격이 뇌에 각인돼, 성인이 된 후 유사한 자극을 접했을 때 자동적인 공포 반응으로 분출되는 형태다. 연관된 심리적 기제에 따라 하나의 공포증이 다른 공포증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불안과 공포 자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정상적인 방어 기제다. 위험을 감지하면 뇌의 편도체가 신체를 긴장 상태로 만들어 위협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적절한 수준의 불안은 오히려 위험을 피하고 삶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만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커져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거나 식은땀, 호흡곤란, 심한 두근거림 같은 신체 증상까지 반복적으로 동반한다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특정 공포증일 가능성도 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가를 통한 정확한 평가와 적절한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