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대한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여전히 핵심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정몽규 전 회장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축구 행정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국제축구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퇴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30일 열린 대한축구협회(KFA) 청문회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몽규 전 회장의 국제기구 직책 유지 문제를 정조준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정 전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직에서는 사퇴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상업·마케팅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위원, 개발위원회 부의장 등의 직책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책임을 말하면서 국제무대에서는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책임 있는 퇴진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FIFA와 AFC 내 주요 직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AFC 집행위원회는 아시아 축구의 주요 정책과 국제대회 개최지 등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며, 개발위원회 역시 회원국 지원과 재원 배분 등을 다루는 핵심 기구다.
임 의원은 국내에서는 책임을 이유로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국제무대에서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영향력을 유지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집행부가 출범하더라도 국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임 회장의 영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정 전 회장의 국제기구 직책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의원은 이 같은 협회의 논리가 오히려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국제 경쟁력과 외교력을 특정 개인의 국제기구 내 직책과 영향력에 기대야 한다면, 새 집행부가 독립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가 전임 회장의 국제적 영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장직을 내려놓았다는 이유만으로 과거의 영향력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더라도 실질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혁신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편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회장 선출 방식만 손질한다고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임 의원의 지적이다.
새 회장이 선출된 뒤에도 국제무대에서는 전임 회장의 영향력에 의존해야 한다면 ‘새로운 대한축구협회’를 만들겠다는 혁신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책임은 국내 직책만 내려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협회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까지가 진정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은 선거제도만 손보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특정 개인에게 의존하는 국제 대표 구조까지 바뀌어야 한국 축구도 비로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