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배재규 대표 "하지 않는 것이 최선"…지난 20일 이어 거듭 소신 발언 최근 시장 급락엔 "투자 방향 맞다면 거친 변동성 견뎌야…무대응이 최선일수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받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이례적으로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던 한 운용사 대표가 다시 "자연사시켜야 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6월24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 2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해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길 바란다"고 글을 올렸다가 내린 지 10일 만이다.
배 대표는 "개별(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상품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내린 적이 있다"며 "예상보다 너무 많은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난 20일 글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나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상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있다"며 "방향을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동성이 커지고 등락이 반복되면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 때문에 상품의 가치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이 정도면 많이 빠졌으니 이제 오르겠지', '잠깐 들어갔다가 금방 나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런 투자 타이밍을 우리는 과연 몇 번이나 정확히 맞힐 수 있었을까"라고 언급했다.
배 대표는 "한두 번 수익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다"며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투자자들에게만 부탁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 시켜야 된다"고 주장했다. 배 대표는 "운용사 LP(유동성 공급자)와 약간의 제도상의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또 특정 메모리 기업 하나에 대한 투자를 경계하며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 반도체는 필수적이며 쉽게 대체가 불가능한 산업"이라면서도 "메모리는 여전히 시크리컬(주기성) 산업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요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보다 69.68포인트(p)(1.23%) 하락한 5593.56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17.90포인트(p)(2.70%) 하락한 644.78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3원 내린 1437.4원 주간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여기에 중국 CXMT와 YMTC 같은 기업들도 빠르게 부상하면서 "당장 공급과잉이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공급 확대는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에 "설계, 메모리, 파운드리, 장비를 함께 투자해야 한다"며 "산업의 한 부분이 흔들리더라도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함께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시작된 반도체 모멘텀이 상상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이어지면서 5,000선을 목표로 삼던 시장이 9,000을 넘어서는 초유의 상황까지 만들어냈다"며 "우리가 투자한 대상이 세상의 장기적인 흐름과 맞닿아 있다면 이처럼 거친 변동성은 그냥 바라보며 견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투자의 방향이 맞고 시간이 내 편이라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일 수 있다"며 "가격은 지나치게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지만, 산업의 성장과 기업의 가치가 지속된다면 가격은 결국 그 가치를 따라간다"고 전했다.
배 대표는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처음 도입하고 ETF 시장 활성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업계 일각에서 'ETF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과 운용총괄부사장을 거쳐 2022년 2월부터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