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란혁명, 그리고 미국의 오판/스콧 앤더슨/이재황 옮김/책과함께/4만3000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협상과 압박, 확전 가능성이 뒤섞인 지금의 국면은 1979년 이란혁명 이후 누적돼 온 양국의 불신을 소환한다. 이런 관점에서 ‘1979년 이란혁명, 그리고 미국의 오판’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현재의 충돌을 이해하는 정치적 참고서처럼 다가온다.
책은 1979년 이란혁명을 단순히 ‘반미 혁명’이라는 하나의 틀에 가두지 않는다. 팔레비왕조 아래 장기간 누적된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불평등, 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폭발했는지를 세밀하게 짚는다. 동시에 미국이 이란 사회 내부에서 진행되던 변화와 균열을 얼마나 안이하게 바라봤는지도 함께 드러낸다. 겉으로는 견고하고 안정적인 동맹처럼 보였던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실제로는 깊은 불신과 모순 위에 서 있었다는 것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에 따라 책은 이란혁명이 어떤 성격을 지닌 사건이었는지를 묻는 데서 나아가, 혁명의 징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미국의 시선과 판단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1979년 이란혁명은 단순히 한 정권이 무너지고 다른 정권이 들어선 사건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사회적 불만이 거리로 분출한 대중 봉기였으며, 기존의 정치·사회 질서가 더는 지속될 수 없다는 집단적 선언에 가까웠다. 그러나 혁명의 성공이 곧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립을 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새롭게 등장한 체제는 또 다른 형태의 통제와 억압을 낳았고, 혁명에 각기 다른 기대를 걸었던 세력과 시민들의 희망도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엇갈리고 갈라졌다. 책은 이러한 복합적인 전개를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