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신세계/재키 히긴스/이민아 옮김/위즈덤하우스/2만5000원
인간은 세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이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지구 생명체가 사용하는 감각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BBC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20년 넘게 야생동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재키 히긴스의 ‘감각의 신세계’는 이러한 익숙한 상식을 뒤집으며, 인간이 미처 알지 못했던 감각의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저자는 세계 각지의 생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명체가 환경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놀라운 방식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칠흑 같은 심해에 사는 귀신고기는 희미한 빛까지 감지하며 살아간다. 별코두더지는 빛 한 줄기 없는 땅속에서 독특한 촉각기관만으로 먹이를 찾아낸다. 수컷 큰공작나방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암컷이 내뿜는 극미량의 페로몬을 감지해 정확히 날아간다. 철새는 지구 자기장을 읽어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상어는 먹잇감이 내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탐지해 사냥한다.
이처럼 생명체는 각자의 삶의 방식에 맞춰 저마다의 감각을 진화시켜 왔다.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오감(五感)’이라는 틀은 생명의 감각세계를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협소하다. 어떤 생명체는 자기장을 감지하고, 어떤 생명체는 편광을 보며, 또 어떤 생명체는 인간이 결코 들을 수 없는 초음파와 저주파 속에서 살아간다. 저자는 감각이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단이 아니라 생명체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