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46·가명)씨는 지난해 4월 사실혼관계에 있던 남성 A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법원은 A씨에게 접근금지(임시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A씨는 이후에도 김씨에게 18차례 문자를 보내거나 근무지와 주거지에 찾아왔다. 부산지법은 최근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디지털 기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한 기술매개형 스토킹도 심각한 수준이다. 고인영(29·가명)씨는 헤어진 남자친구 B씨로부터 73차례에 걸친 일방적인 연락 폭탄과 물리적 폭행에 시달렸다. B씨는 고씨의 휴대전화를 뒤져 과거 임신중절수술을 한 사실을 알아낸 뒤, 이를 고씨 부모에게 알리겠다며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했다. 이처럼 이혼이나 별거, 동거 종료 유경험자의 절반은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신체·정서적 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가족부가 30일 발표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7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1년간 배우자·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은 5.9%(여 7.6%·남 4.1%)로, 2022년 7.6%(여 9.4%, 남 5.8%)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평생 동안의 폭력 비율은 14.4%(여 17.2%, 남 11.5%)로 나타났다.
특히 이혼·별거·동거 종료 경험자의 50%(여 59.6%, 남 40%)가 이별 전후 배우자·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인 2022년(50.8%)과 비교해 여성의 피해 비율(54.5%→59.6%)은 늘고 남성(47.4%→40.0%)은 줄었다.
스토킹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신체적·정서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뚜렷했다.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를 당한 여성 중 38.2%는 6개 이상의 폭력 유형을 동시에 겪은 ‘복합 피해자’였다.
범죄의 심각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폭력을 당하고도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이 68.5%로, 2022년(53.3%)보다 15.2% 증가했다. 특히 여성(65.6%)보다 남성(74.0%)이 무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 순간만 넘기면 돼서’(36.3%),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31.4%) 순이었다.
정부도 엄정 대응에 나선 상태다.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경찰청 등 관계부처 TF는 최근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가해자에 대한 격리 조치와 위치추적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복 위험이 높은 고위험 피해자에게는 민간 경호와 지능형 CCTV를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