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낯선 사람과 방은 물론 침대까지 함께 쓰는 ‘침대 공유’가 등장했다. 경기 둔화와 취업난 속에 소득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려는 청년층의 불안감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25세 여성 쩡모씨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침실과 침대를 함께 쓸 여성을 구했다. 그의 월 소득은 4000위안(약 85만원)으로,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다 실직 가능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월세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새 룸메이트와 방을 함께 쓰면서 쩡씨의 월세 부담은 450위안(9만5000원) 줄었다. 이를 통해 월 소득의 약 4분의 3을 저축하거나 다른 생활비로 남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SNS에서도 침대 공유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판 엑스(X)인 웨이보에는 ‘침대를 함께 쓰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라는 해시태그의 조회수가 1400만회를 넘어섰다. 틱톡 중국판인 더우인에서도 관련 콘텐츠가 약 4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샤오훙수에서 ‘침대 공유’를 검색하면 3만7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같은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룸메이트를 찾는 글도 적지 않다.
침대 공유는 아직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지만 이처럼 극단적인 형태의 절약이 청년층 사이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 소비자들의 위축된 심리와 고용 불안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류밍웨이 미국 러트거스대 글로벌 노동·고용센터 소장은 “이는 일부 청년층이 도시에 소속됐다는 느낌과 안정적인 장기 일자리, 명확한 소득 전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인식이 확산하면 가계 소비와 부동산 수요, 혼인율을 동시에 끌어내려 중국 경제에 장기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경제는 수출과 산업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성장세가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