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반도체주의 호실적에도 국내 시장 변동성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시장은 최근의 지수 급락이 과도한 공포 심리와 레버리지(차입 투자) 청산이 겹친 데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줄지어 예고된 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차입 매물이 소화되는 과정을 거쳐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중 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등락폭이 429.41포인트를 기록했다. 장초반 -2.05% 빠지며 5547.41까지 내려갔던 지수는 이내 급반등하며 5.54% 오른 5976.82까지 올랐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커지며 지수는 다시 저점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5593.56으로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를 뒤흔든 변동성의 원인으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와 국내 증시 고유의 수급 불균형을 지목한다. 미국 메타의 임대 이슈나 중국 창신메모리의 기술력 맹추격 등 악재가 다소 과장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AI 및 반도체 업종의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 조정 국면에서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신용융자 청산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하락은 글로벌 반도체 리레이팅(재평가) 위에 한국 특유의 레버리지 청산이 더해진 결과”라며 “레버리지 청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될 수 있지만 반도체 업황의 방향은 결국 빅테크 투자와 메모리 시장 흐름이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사이클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2017년과 2018년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당시에도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수개월간 주가 조정을 겪었으나 이후 재차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시장에 반도체가 남아도는 조짐이 전혀 없는 데다 3분기에도 가격 오름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여, 상승 흐름이 2027년 4분기까지 길게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 시그널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3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 상승률도 기존 추정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인프라 투자가 가져올 장기 마진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반도체 주가의 신고가 재시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반전의 촉매제를 7월말에서 8월초로 이어지는 빅테크들의 실적 발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설비투자 확대와 AI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확인되면 투자 우려는 자연스럽게 진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증시의 변동성이 점차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과도한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수준은 밸류에이션이나 기술적 측면 모두에서 과도한 하락 국면을 통과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등락 이후 5700∼5800선에 안착할 경우 일차적으로 8200선 이상까지 회복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