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입장을 강화했다. 이에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FOMC 위원 12명 가운데 3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 6월 만장일치 동결과 달리 이번에 인상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실상 매파적 동결로 풀이된다.
연준의 이날 통화 정책 결정문은 지난달 회의 때 내놓은 것과 거의 같았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한 공급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오직 단 하나의 목표만이 존재하며 그것은 (물가상승률) 2%”라고 강조했다.
채권 시장은 워시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직후 5.21%로 전장 대비 0.11%포인트 급등(채권 가격 하락)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튿날 발표된 실물 경제 지표는 둔화세를 보이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미 상무부는 30일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속보치)이 1.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 1분기(2.1%)와 전문가 전망치(1.8%)를 모두 하회하는 수치다. 상무부는 정부 지출 감소와 수입 증가가 소비 및 투자 증가 효과를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FOMC 회의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은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시그널을 전달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연준 통화정책 운용 및 인플레이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장기금리가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30일 박종우 부총재보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워시 의장은 그간 연준이 금리 경로를 귀띔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박 부총재보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 등으로 시장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 연준 통화정책, 중동 사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밝히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시사해왔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8월에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하나 한 번 관망 후 10월이나 11월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