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인 줄 모르고 격추할 뻔…軍, 美무인기에 ‘두루미’ 발령

방공태세 일제히 격상…주민대피 소동도
軍 “비행계획 몰라”…주한미군 “사전 공유”

우리 군 당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접경지역 일대를 비행하던 미군 무인기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 방공태세를 일제히 격상하는 ‘두루미’ 발령 뒤 격추할 뻔한 일이 벌어졌다.

 

해병대항공단과 미 해병대1해병비행사단이 실시한 ‘26-1 KMEP 연합 항공전투제대 훈련’에서 MUH-1 마린온 헬기와 CH-53E 슈퍼 스텔리온 헬기가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해병대사령부 제공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인 ‘KMEP’ 훈련에 참여 중인 미 해병대는 전날 오후 경기 파주 전방 지역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미 해병대는 훈련의 일환으로 이 지역에서 고정익 정찰 무인기를 날렸는데, 문제는 우리 군 당국이 사전에 비행계획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 전방 부대는 열상감시장비(TOD)와 레이더 등 감시 장비를 통해 해당 무인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식별했다.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해당 무인기를 공중 위협으로 판단하고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했다. 두루미는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비한 작전수행체계로, 두루미가 발령되면 언제라도 해당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도록 방공포 등 인근 방공 전력이 총동원된다.

 

하지만 추적 감시를 하던 군 당국은 무인기의 형태나 비행경로 등이 북한 무인기와는 다르다고 판단했고, 착륙 지점까지 추적해 미 해병대 소속 무인기라는 점을 최종 확인했다.

30일 경기 북부 접경지역에서 미확인 무인기가 식별돼 인근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마을 이장들에게 대피 문자가 안내됐다. 연합뉴스

 

미 해병대 무인기의 비행계획이 우리 군 당국에 사전 공유되지 않은 이유를 두고 한미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해당 무인기의 비행 계획을 미리 한국군에 공유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승인한 적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이번 일을 ‘사고’(incident)라고 표현하면서 “미 해병대는 사고를 둘러싼 경위를 평가하고 있고, 한국 해병대 및 관련 지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접경지역에서는 대피 소동이 일기도 했다. 전날 오후 강원도 철원 민간인출입통제선 근처 마을 이장들에게 ‘실제 상황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철원 지역에 무인기가 식별돼 민북 지역 내 있는 사람들은 긴급히 인근 대피호 또는 통제소 밖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발송됐다.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해당 무인기가 북한 무인기가 아닌 미 해병대 무인기라고 밝힌 것은 약 1시간이 지나서였다.

 

군 당국은 미국이 훈련 정보를 한국군에 알리지 않았는지, 통보가 됐는데 한국군 내부에서 공유되지 않았는지, 미 해병대 무인기가 계획했던 비행경로를 벗어났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